[SNAP] 연두와 초록의 만남
연두와 초록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자연이 그렇게 설계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느 집 담벼락에 살짝 만들어 놓은 자연산 화단에는 이렇게 비가 내려 흙탕물을 뒤집어쓴 꽃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이 세상 느 누구도 그들의 잎을 한번 닦아 주지 않았다. 비는 씻겨주었고 바람은 말려주었고 춤추게 해 주었다. 그리고 먼지는 허락도 없이 자리 잡아서 한 부모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빛깔이 되어 있다. 가정집에서 자랐으면 더욱 깨끗한 색을 선보였겠지만 지금으로도 좋구나.
너의 이름은 송악덩쿨이라고 했다. 한 부모에서 시작되어 해를 넘긴 잎들은 짙은 초록을 머금고 있다. 봄이면 연두색 잎이 저토록 연약하고 파릇하게 탄생을 하는지. 그리고 어리고 여린 연둣빛 나뭇잎은 시간의 마력으로 진하게 진하게 진하기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old age에 동참해간다. 그리고 다음에 또 어리고 연약한 연두는 태어나고 진한 초록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결국 너는 결국 내가 되어 우리로 살다가 각자의 시간의 여정을 따른다.
오늘 송악던쿨을 사진에 담아왔지만 사철나무처럼 늘 같은 색일 듯한 나무의 잎들도 이런 과정이 있다. 봄에는 연두가 풋풋하고 여리게 바람에 흔들리면 생명으로 탄생한다. 초록 빛깔의 선배가 충충한 나무에 연두를 곳곳에 뿌리면서 밤하늘의 별처럼 초록 바탕에 연두가 향연을 한다. 봄마다 황홀하다. 여름엔 영글어서 세월이 가면 연두는 초록이 된다. 한 가지 색으로만 살 수 없다. 연두에서 초록으로의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EUREKA > COSMOS & n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E = mc2 (0) | 2021.10.19 |
---|---|
무제3 : 삶은 목화토금수 오행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 (0) | 2021.10.06 |
무제 2: 천라지망 (0) | 2021.08.01 |
무제 1: 택도 없는 브리핑 (0) | 2021.06.04 |
누가 뭐래도 제 갈 길을 가는 꽃나무 (0) | 2021.05.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