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간의 올림픽 경기는 정여사를 질리게 하지 않을까]
우리 정여사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우리 정여사는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다. 그런 그녀의 다방면의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친구가 있다. TV다.
집에 머무는 날이면, 그게 아니라도 집에 귀가를 하면, 중간중간에 정여사가 머무는 방을 방문한다. 정여사는 방문을 1년 365일 열어두고 산다. 정여사랑 살면서 우리가 문을 닫아 놓고 살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정여사가 거실을 차지하던 시절에는 전설이 방을 사용했고, 전설이 거실을 사용하는 지금은 정여사가 방을 사용하는 중인데, 평생을 우리는 문을 닫지 않고 살았던 듯하다.
그래서 거실에서 불쑥 들어가면 정여사가 대부분 TV를 시청하고 있다. TV는 우리 정여사의 친구이니까 친구랑 늘 대화중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2021.05.26 - [우리 정여사] - TV는 바보 상자가 아니다: 세상을 만나는 보물 상자
문득 방문해서 그녀를 보면 트로트 방송을 듣고 있거나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해가 된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움일 수 있다. 자식뿐만 아니라 손주들을 키워보기도 했으니... 또한 음악을 사랑하니 요즘의 트로트 나오는 방송은 얼마나 재미있겠나. 또한 동물의 왕국도 매우 즐겁게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올림픽이 진행이 되니, 프로그램이 단순화되어 버린다. 이 방송 저 방송 심지어 뉴스까지 스포츠뉴스가 차지하게 된다. 얼마나 지겨울까 싶어서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방송들을 찾아보면 되지만, 노인들에겐 그것도 귀찮고 성가신 일이다. 어쩌지 심심하겠는데...
그런데, 어제는 올림픽게임을 보면서, 소리를 줄이고, usb에 넣어 준 음악을 듣고 있다. 귀는 음악을, 눈은 올림픽 게임을. 생존하는 방법을 아시는 구만 하는 마음에 안심을 한다. 정여사는 양궁도 보고, 태권도도 보고, 축구도 보고... 방에 갈 때마다 다른 종류의 종목을 골고루 보고 있다. 룰은 다 아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럼에도 보고 있다. 방송에서 해 주는 것이 그것 뿐이니.
또 그런데, 아침에 출근 인사를 하러 들어가니, 우리 정여사가 이런 말을 한다.
= 나는 이런 경기들이 너무 재밌다.
= 규칙을 모르는데 재미있을까?
= 규칙을 몰라도 "저거를 이렇게 해야 하는데" "나는 이렇게 하겠구만은..." 이러면서 너무 재밌다.
대단한 정여사다. 평창 올림픽떼 [컬링]이라는 종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설도 생소하여서 규칙을 공부한 다음, 정여사에게 알려주고 둘이서 얼마나 열심히 조마조마 열렬히 응원했던가. 또한 2002년 월드컵 때는 빨간 셔츠를 사서 입고, 축구 규칙을 또 정여사에게 숙지시킨 다음 둘이서 얼마나 열렬히 응원했던가.
규칙을 알고 보니 너무 너무 더 재미있다고 좋아하던 정여사인데, 규칙을 잊어 먹는다. 그리고 전설 자신도 모든 경기의 규칙을 다 알 수는 없어서 질문에만 겨우 답을 해 준다. 동물의 왕국은 전설보다 훨씬 많이 보았기 때문에 전설이 정여사의 설교(혹은 의견, 혹은 사실?)를 들어야 한다.
몇십 년을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보면 규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룰이 있는 모양이다. 스스로 통계 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여사는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스포츠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4일간 지루하게 스포츠 경기의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 즐기는 정여사를 존경할 따름이다. 나도 못하는 일을 하고 계시네 이분이...!!!
[플러스]
요새 정여사가 너무 이뿌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 "사랑합니다"말과 "이쁩니다"라는 말 중에 어떤 말이 더 맘에 드시나?
= 젊은 사람들은 이쁜 게 좋지만, 우리 할머니들은 사랑합니다가 더 좋지.
= 왜?
= 사랑한다는 말에는 전부 다 들어가지 않나!
=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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