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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험담 좀 해 줘! : 정정당당 정여사

by 전설s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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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 좀 해 줘: 정정당당 정여사]



점심을 드신 정여사의 종아리를 검사해본다.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은지. 근육은 얼마나 약해졌는지. 심장을 위하여 마사지도 할 겸 종아리를 점검하면서 시작되는 대화.


= 또 점검하나?
= 오래 살려면 종아리를 좀 점검해야 ㅎㅎㅎ
= 내가 오래 살면 네가 힘들잖아.
= 으음음.... 100살이 넘어가면 좀 곤란해질 수는 있겠어요!!
= 아이고 100살까지나. 지금도 너는 나 없으면 훨씬 편할 건데...
= 일단 잠정적으로 100세를 넘기면 곤란할 것은 확실해, 그때 내 나이가 몇이야@@@

서로 껄껄 웃는다. 언젠가는 요양병원을 우리도 이용을 해야 하나 마나 하는 대화를 하다가...


그러다가 갑자기 요양병원에 머물렀던 시기를 대화하기 시작한다. TV를 즐겨보던 정여사가 갈비뼈에 금이 가서 붙을 때까지 4개월을 병원에 머물렀는데, 독실이 아니니 TV 리모컨을 독점할 수 없었다. 더구나 제일 늦게 입실해서 눈치만 보는데, 옆의 할머니가 TV 리모컨을 손에 쥐어주면서 관리를 하라고 하셨단다.


리모컨을 쥐어 준 할머니와 대각선의 할머니는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둘이 TV 리모컨으로 삐꺽거리니까 중립지대인 정여사에게로 온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것을 인연으로 그 할머니와 조금 친해졌단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될까 봐 조금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했더니, 대각선 할머니가 노발대발하셨단다.


= 둘이서 내 이야기하지 (험담 내지 험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뜻)
= (대각선 할머니와 동감내기였던 정여사는 이런 일에 전문가다) 왜? 험담할 서건이나 있고? 화내지 말고 어디 가서 내 험담 좀 해라.


험담할 만큼 소재가 있느냐라는 말고 귀를 죽이고 뒷일을 도모하시는 우리 정여사. 그리고 험담은 그 소재의 성격상 뒤에서 하는 것이고 복수를 해야 마음이 풀리겠거든 딴 데 가서 나의 험담을 하라고 당당히 말하는 정여사. 원래 뒷담화하는 것은 모르면 하는 줄도 모른다. 누가 와서 전해주는 것도 아닌 바에야 뒤에서 아무리 해도 의미 없다는 우리 정여사. 아직 외톨이로 격리되어 본 경험이 전무한 우리 정여사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여성인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험담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고 알려주지 않고 놀려 먹은 것이 아닌가. 무서운 여인.


좋은 시간을 내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 귀한 순간을 남의 험담에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그러나 하다 보면 제삼자가 등장하고 소식을 전해주고받다 보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섞이면서 험담도 아닌 것이 걱정도 아닌 것이 혼합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그 사람이 없을 때 나누었던 그 의견을 당사자 앞에서도 할 수 있을 정도이면 좋은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유쾌하지 않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험담을 전혀 하지 않는 정말 우아한 사람인가? 오늘 일기장에 적어 볼 일이다. 우리 정여사는 험담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평생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저리 당당한 여인이 되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식에게만 안 했을까. 친구들에게도 하지 않았을 게다. 그녀의 천성이다.

지퍼는 열되, 칭찬을 더 많이 하는 걸로 하자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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