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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이름 기억해서 써 보기: 지난 달력 활용 치매 예방법

by 전설s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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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기억해서 써 보기: 지난 달력 활용 치매 예방법]


2021년의 절반이 흐르는 시점이다. 6월 30일에 달력을 바꾸었다. 다달이 하는 일이니 새로울 것은 하나도 없지만 굳이 의미를 생각해보는 습관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정여사가 좋아하는 달력은 3개월이 한꺼번에 보이는 달력이다. 이런 달력 하나와 음력이 나오는 날짜가 매우 큰 1 달자리 달력. 두 개가 항상 그녀가 거처하는 곳에 걸려 있었는데, 이제는 1달짜리 음력이 나오는 달력을 주는 약국에서 약을 타지 않는지라 3개월짜리 하나로 세월을 가늠하면 사신다. 이사 온 집은 이 하나로 족하게 구조가 되어있다.


거실에도 3개월짜리 달력이 그녀가 식탁에 앉으면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어 있다. 세월을 3개월 단위 정도로 파악하는 것이 그녀의 뇌회로이지만 한편으로는 3개월이 보이는 달력이 아들이 다니는 회사 달력이라서 나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기는 하다.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그래서 방에는 아들 회사 달력, 거실엔 일반 달력.


6월 30일이니 정여사방에서 1장, 거실에서는 3장을 떼어낸다. 정여사 방에 있는 아들의 회사 달력은 매우 두껍고 그 뒷면을 보면 뭐라도 적고 싶게 만드는 재질이다. 그래서 달력을 뗄 때마다 우리는 활용도를 생각해보고 안타까워하면서 버린다. 아들이 그 회사에 다닌 지가 괘 오래되었으니 1년에 12번씩 매우 오랫동안 해왔던 아까음.


정여사가 트로트 신곡을 취입하던 시절에는 그 뒷면에 많이 가사를 적어드렸는데, 요새는 취입도 안하시고, 전설은 이제 공부를 하지 않으니 하얀 바탕의 노트를 봐도 감흥이 없다. 작문도 좋아하지만 글 쓰는 자체를 사랑하는 전설이었지만...


전설은 설거지를 하고 정여사는 달력을 접으며 대화를 한다.
= 뭐라도 해볼까요?
= 뭘...
= 거기 식탁위에 매직이 있네. 오랜만에 식구들 이름이나 적어봅시다.
(어쩐 일로 귀찮아하지 않고, 안경이 있어야 되는데 중얼중얼해서 장갑을 벗고 잽싸게 안경을 대령한다)
= 뭘 적으라고?
= 정여사님 이름부터 차례대로 자식들 손자들 며느리들 해서 쭈욱 적어봅니다. 기억나는 데로. 나이 많은 순서대로.


본인 이름부터 시작해서 적어나간다. 그러다가 정여사 남편분 이름도 적어보라니 남편 이름은 또 세로로 적어놓는다.
= 왜 세로로?
= 공간이 세로가 더 좋네.


설거지를 마치고 보니 맞춤법이 틀린 것이 두 사람이 있다. 은혜 혜와 바다 해를 헷갈려 했고 손자 이름 하나를 받침이 틀렸다. 교정하고 다시 그 이름들을 적는 것으로 오늘의 달력 활용은 끝이 났다. 자신의 이름과 자녀들과 손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순서도 기억하고. 치매 초기까지 갔던 할머니 치고는 훌륭하다. 다음에는 외우기 어려운 영어 아파트 이름과 동호수를 적어봐라 해야지.


그리고 하나 더 받아쓰기



[플러스]
치매 예방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글쓰기이다. 물론 받아 적기라는 수동적인 글쓰기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스스로 한 문장이라도 써 보는 것인데, 안경 쓰고 할머니들이 하려고 하지 않아서 매우 하기 어렵다. 그보다 접근하기 쉬운 것이 노래 배우기 정도인데.

정여사는 아침에 전설이랑 말초 혈액 순황용 손발운동을 하고, 오전에 요양보호사와 치매 예방용 손발 운동을 1년 정도 해 왔는데, 효과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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