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서에서 수갑을 사용해 보았다: 여행 가방 분실 사건]
배낭여행 계획을 잡을 때에는 기차 이동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한 일이 된다. 구경하기 좋은 낮시간 동안 기차를 장시간 타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시간 활용법이 아닐 수도 있다. 더구나 팔팔한 나이에 볼 것에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다소 지그재그가 되는 동선이 되더라도 1박을 기차에서 하는 여정을 잡기도 한다. 시간도 줄이고 숙박도 해결할 수 있고 기차에서의 하루 밤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
친구랑 둘이서 유럽 배낭여행 33일을 잡았는데, 우리도 기차에서 몇 밤을 잤다. 침대칸 (2인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이긴 해도 잠금장치가 없었나 보다. 각자 자신의 가방을 배개삼아 자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야 잊어버리지 않기에. 가방에 열쇠를 채워도 가방 자체를 가져가 버리면 소용이 없다. 그래도 유럽인데 싶어서 배낭을 열차에 고정을 시키지 않고 잠들었나 보다.
누군가 깨우기에 일어나보니, 누군가 친구의 가방을 가지고 있다. 불어로 말하는데.... 가방 분실하지 않았나를 묻고 있는 듯하다. 눈치를 챌 수밖에 없는 것이 친구의 가방이라서 그랬다. 우리가 준 적이 없으니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분명했다. 통하지 않는 영어 불어 총동원해 본 결과, 이 도둑이 잡혔는데 가방을 몇 개나 훔친 것이고 그중의 하나가 우리 친구 소유물.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인을 찾아주는 중.
거기까진 그나마 좋았는데,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꾸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런 이런...리에에 내렸다. 경찰서로 가서 친구는 조서 꾸미기에 동참하고 전설은 경찰서 안에서 할 일이 없었다. 세상에 새로운 곳에 가면 무엇이라도 하내 새로 경험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눈을 두리번거리는데 번쩍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그렇지 경찰서에는 수갑이 있었지. 프랑스 리에 경찰에게 수갑을 빌려서 구경을 하는데, 사용법을 아냐고 하면서 덜컷 수갑을 채워버린다. 아뿔싸. 손목에 탁 치니 바로 손목이 들어가고 잠겨 버린다. 아!!!! 암벽 등반할 때 끈에 달려있는 고리와 유사한 방식이구나. 등산용은 내가 눌러서 넣지만 밀어 넣기만 하면 철커덕 들어간 다음 스스로는 잘 열리지 않는다.
수갑도 탁 치니 열리고 들어가자 마자 닫혀서 도무지 손으로는 더 이상 열 수 없는 구조. 이토록 쉽게 수갑을 채울 수 있는 것이었구나. 일단 범인을 잡은 다음에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수갑을 채울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였다. 범인을 잡기는 어려워도 수갑을 채우는 일은 이토록 쉽구나. 어렵게 잡은 범인을 빨리 견인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구먼. 한 손으로는 범인을 제압하고 한 손으로 채워야 하니,....한 손만으로 가능하게 설계.
대여섯 번을 수갑을 채웠다 풀었다가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일을 마치고 나왔다. 우리는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플러스]
수갑 채우는 소리가 그렇게 경쾌하다니.
야구 방망이에 야구공이 맞아서 홈런이 될 때의 소리 같은 청아 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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