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만 부러운 것은 아니었다: 백패커 및 젊은 여행자들]
오지 여행가인 한비야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게 장기간을 사람이 덜 다니는 곳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고 심지어 책까지 펴내는 작업을 혼자서 거뜬히 해 내니 어찌 평범한 여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몇 권을 읽었었다.
그런 그녀의 기획력과 실천력 그리고 대담함도 부럽다고 하기는 해야 하지만 진정으로 부러웠던 것은 따로 있었다.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한비야의 아버지는 한비야를 포함하여 그의 자식들에게 세계 지도를 펴 놓고 (그 시절에 세계 지도가 집에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사회과부도이면 모를까?) 펼쳐놓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세계 각 나라의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그럴 정도가 되려면 일단 세계지도가 제법 크지 않았을까? 어릴 때부터 이런 세계관을 심어 주면, 자녀들은 자랄 때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실로 그것이 너무 부러웠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모르는 나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고... 한비야의 꿈과 전설의 꿈이 비교할 대상이나 되었겠는가. 내가 노력하여 고칠 수도 없는 그런 것. 놓칠 수밖에 없는 기회의 순간. 그 안타까움.
그랬다 치고,
그다음 부러운 것은, 20대 젊은 여행자들이다. 인도의 타지마할 앞의 어느 음식점에서 여행하는 독일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은퇴를 하고 둘이서 세계 여행 중이라고 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세계여행이라니, 참으로 솔깃하고 부러웠다. 그런데 그들보다 더 부러운 것은 20대 배낭여행자들이다. 아니 굳이 배낭여행이 아니라도 20대의 젊은 여행자들이다.
일본의 어느 연구소에 단기간 실험을 하러 갔을 때, 기숙사에 머물렀는데, 20대의 학생들을 식당에서 만났다. 일본을 혹은 동양을 알고 싶어서 여행하던 중에 공부를 좀 하고 있다는 친구들. 혹은 그냥 자신의 직업을 정하기 전에, 혹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세계 여행이 하고 싶었다는 그들.
프랑스에서 친구가 가방을 잃어버려서 경찰서를 간다고 어느 지방의 기차역에 내렸는데, 볼 일을 마치고 다시 기차역에서 본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배낭 여행하는 젊은 친구들이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기대어 자거나 쉬거나 하는 모습은 물개들이 서로 등을 맛 대어 물가에서 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자유롭고 젊고 미지의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딛고 그들.
남미 여행을 가느라고 LA공항에서 환승을 하는데, 저가 항공이라 터미널이 매우 멀었는데, 도착해보니, 완전히 편한 복장의 깔끔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모습의 청년들이 공항 바닥에 제멋대로 앉아서 와이파이로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
한비야 아버지의 세계 교육이 너무 부러웠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세계 여행을 시도하는 젊은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전설도 그런 아버지와 세계 지도를 볼 수 있었다면, 전설도 20대에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계획하지는 않았을까? 부모가 무엇인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가? 사회와 국가가 무엇인가? 자라나는 자식과 젊은 세대에게 열린 마음의 열린 세계를 보게 하는 기회를 더 주는 것이 아닐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경험들이 있을 터이다.
[플러스]
전설이 다닌 대학교는 그 때 당시로 교정도 규모도 자그마했다.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은 규모가 더 크고, 교정이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대학교였다. 그때의 큰 아쉬움은 대학 동기들과 이 교정에서 공부하고 놀고 우정을 쌓았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마음이 울컥했던 적이 많았다. 그만큼 "그냥 주어지는 환경의 풍요로움"이 우리에겐 부족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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