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타엔 화장실 찾기도 힘들었어: 스페인]
마드리드였나 바르셀로나였나?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그 어디건 같은 나라이니까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여름휴가에 떠난 배낭여행이었으니 얼마나 더웠겠는가. 그런데 스페인은 유럽 중부에 비해 적도 쪽에 더 가까이 있으니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이라는 것은 직접 그 앞에 서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도로의 전광판에 지금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교통상황등을 표시해주지만 그때 당시 스페인의 도로 전광판에는 지금 도로 온도가 몇 도인가가 표시되었다. 아스팔트의 온도인지 실외 온도인지가 애매한데, 그때는 도로 온도로 인식을 했다. 도로가 너무 뜨거워서. 지금 생각해보면 바깥 온도 즉 거리의 온도였을 것이다. 42도.
31일간의 배낭여행이었지만 스페인에 그렇게 많은 날짜가 배정될 수가 없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위주로 돌기로 했었고 그 때 가우디의 건축을 만났었다. 며칠 주어지지 않은 시간이니 여행은 느긋해야 하지만 젊었으니 욕심이 많아서 빡빡한 여정을 소화하던 때였다.
이렇게 태양이 작열하니 그 시간에 무엇인가 활동을 하는 것은 살인적인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시에스타(낮잠시간/ 낮의 휴식시간/공관이 정지되는 시간)가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시간에는 그냥 쉬든가 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기후라는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었다.
스페인도 시에스타가 있었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의 시간에는 거리가 조용했다. 점심을 느긋하게 먹으면서 실내에서 쉬다가 다시 움직이라는 자연의 게시인 것이다. 4시부터 시작되어 밤늦게까지 활동을 하니 그 이튿날 점심 먹고 낮잠을 살짝 자는 것이 생활의 패턴상 맞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젊은 여행객은 그새를 못 참았다. 그래서 좀 더우면 어때 하는 객기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카페는 그래도 음료를 마시고 식사를 하느라 문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도시를 살짝 벗어나서 도로를 걷게 되었는데 낭패를 보게 되었다. 일단 사람들이 실내에 있어야 하니 카페나 음식점은 운영이 되는데, 다른 가게들은 문은 열였으나 장사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가 아니다보니 카페나 음식점은 잘 보이질 않는데,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것이다.
아!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있는데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도로의 열기는 40도를 넘고 상가는 시에스타라 문이 닫혀있고, 몇 집을 밀어봐도 문이 열리지를 않는다. 공용 화장실도 보이지 않고, 카페도 안보이고. 펭귄 형태로 부자연스럽게 뒤뚱뒤뚱 (인간으로서 그러하다는 말) 그러나 최고의 속도로 카페를 찾는 수밖에 없었지만 쉬이 찾아지지가 않았다.
겨우 찾아 들어 간 곳이 고가도로 밑의 의자 4개쯤 있던 작은 카페. 손님도 하나도 없던 그 카페의 젊은 주인이 화장실을 급히 개방해 주었다. 볼일을 보고 그렇게 시원하고 행복하고 안도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아직도 없다. 그날의 그 괴로움이라는 것은. 열기로 몸은 달아올라있는데 내부에서 각종 효소반응은 제멋대로 이루어지는 중이고, 가게는 문을 잠갔고...
시에스타에는 관광객도 카페에서 조용히 쉬리라는 하늘의 명령을 어긴 결과는 그러했다. 다만 불편한 일은 피하엿으니 여차하면 큰 낭패를 볼 뻔하지 않았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겸허히 따르고 스페인에 오면 스페인 법을 따라야 무난한 것이다.
시에스타가 있는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는 시에스타를 즐기는 것이 여행의 맛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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