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중 목욕탕은 사람을 당황케 했지만 금방 적응]
연구를 목적으로 방문한 일본의 그 도시는 나름 온천도시였다. 겨울에 내리는 도로의 눈도 온천물로 처리를 하는 도시였다.
2021.03.22 - [순간에서 영원으로/Travels abroad] - 일본 가나자와의 드라이 스노우: 온천맛 보는 도로
온천이 있는 도시라 그랬는지 연구소와 기숙사 사이에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기숙사는 샤워기만 있기에 자주 이용을 하게 되었다. 요금을 받는 공간에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할아버지가 근무 중이었다. 아마도 주인어른 부부인 듯했다. 아들네에 알바를 하시거나.
할아버지에게 요금을 내고 입장을 했는데, 탈의실에서 할아버지가 우리를 턱 하니 보고 계신 것이었다. 할머니가 돈을 받을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뻘쭘해서 가만히 있어본다. 사각형의 구조인데 입장 전 요금 내도록 창으로 만들어져 있고 입장하면 남녀 탈의실 중앙에 위치하게 되어 남측 탈의실과 여측 탈의실을 가만히 앉아서 다 볼 수 있게 된 구조였다. 할머니가 계실 때는 그러려니 했고 신경을 안 썼는데 막상 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어색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요금을 받는 사람은 양쪽 탈의실을 다 볼 수 있고, 남녀 탈의실은 벽으로 된 것이 아니라 벽이 아래서부터 저쪽이 안 보일 정도만큼만 칸막이가 된 것을 관찰했다. 다시 말하면 여 탈의실에서 남 탈의실로 "아들아 집에 가자"하면 다 들릴 정도가 되어 있었다. 사람 키보다는 높은 칸막이니까 그것도 할머니가 있을 때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꼼꼼 살피니 그러하다. 천정은 높고, 칸막이는 딱 저쪽이 안 보일 정도이고, 할아버지는 양쪽을 다 볼 수 있고 점검할 수 있는 구조. 우리에겐 참 어색한 구조였다.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길래 침착하게 볼 일을 보고 탕엘 입장했다.
몇 번 가다보니, 다음번에 더 또 놀랄 사건이 있는 것이다. 탕에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아저씨 1명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고함을 치는 건가 마는 건가 하면서 눈치를 보는데 일본인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입 꾹 하면서 눈만 말똥말똥거리고 있었다. 물론 그 아저씨는 평상복 차림이다. 공중목욕탕의 한 면은 통유리로 되어 외부가 보여서 탕에 앉으면 눈 내린 외부 풍경이 보여서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 와중에 한 모퉁이에 사람 몇 명만 들어갈 수 있게 자그마한 한증막이 있었다. 그 한증막이 고장이 나서 고치러 온 기사였던 것이다.
멀쩡하게 아무런 경고도 없이 이용객도 많은 시간에 여측 탕에 남자 기사가 한증막을 수리하러 온 것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자기 할 일하는 일본 여성들과, 아무런 표정 없이 한증막으로 걸어 가던 기사분.
그래서 말없이 적응했다. 여자 사람이 있을 때 남자 사람이 와서 수리를 하면 어때서. 할아버지가 여자 사람 탈의실을 뻔히 볼 수 있게 설계 된 요금 매대가 있으면 어때서. 이용객이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 여성 그 누구도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별일 없이 자기 스케줄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나에게는 왜 별일이어야 하는가?
멀쩡하게 수리하고 나가는 기사를 멀쩡하게 쳐다보면서 전설도 전설이 하던 일을 멀쩡하게 하고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은 어색해서 탕 안에 주로 머물렀지만, 그냥 낯설았다고나 할까? 금방 적응했다. 한 10명이 공사를 하러 와도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을 즈음에 연구를 마치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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