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를 사귀냐고욧? : 옥상 텃밭이 있는 건물에서 일합니다만]
옥상의 텃밭에는 작년에는 상추와 고추와 가지를 심었었는데, 올해는 농사꾼이 하나 늘어서 고추 상추 2종류 그리고 가지에다가 감자와 옥수수 토마토까지 심어졌다. 쑥갓도 간간이 몇 그루 있긴 하다. 대파도 있구나.
관심은 있지만 직접 심고 거름 주고 물 주고 관리하는 일에 동참은 하지 못해서 사실은 수확의 권리도 없다. 동참은 하지 않고 관심만 가지고 한 번씩 잘 자라나 보기만 하는 데도 은근히 텃밭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초에도 물 주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데, 사실 화초에도 영양제를 뭐야 하고 갈이도 해야 하는 등, 화초와 함께 사는 생활에도 몇 가지 기본적인 일이 있음에도 아직 물 주기 밖에 못하는 전설이라서.
언감생심, 농사라니 아무리 텃밭이라도. 그래서 동참을 할 수가 없었다. 모종 심는 시기와 밭 대비 모종의 갯수, 한 포인트에 몇 개를 함께 심을 건지, 밭을 돋우어 주는 것. 비닐로 보온하는 일, 비료 주는 일, 때로는 물 주는 일. 할 일이 은근히 시기마다 많은 것이었다. 동참하면 감당이 안될게 분명했다. 관찰만 하고 감동만 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는다.
고추는 아직도 키가 더 자라야 열매가 열리겠고, 가지와 토마토는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지와 토마토는 가지치기를 간간히 해주어서 키가 충분히 자라고 나서야 토마토와 가지가 열리게 해야 한다는데, 올해는 가지치기 시기를 놓쳐서 토마토와 가지가 밑에서 많이 열려 버렸다. 열매로 영양분을 다 가져가 버리니 키가 많이 못 커서 열매를 많이 수확하기는 어렵겠다(고 한다). 일단 키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 훨씬 크고 많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쉬운 일이 없고, 세상에 공짜가 없다.
농사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 2인과 또 다른 2인은 시골에서 자라서 방학때마다 농사를 직접 도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나름 협동 작전임에서 가지치기 시기를 놓친 것이 아쉬움이다. 사람을 가르쳐보면 알게 되는 일이 그것이 아닌가. 내가 아는 것을 저 사람도 알고 있다는 착각. 그래서 뭔가를 놓치게 되는.
그러거나 말거나 열매가 자라고 있다. 상추는 많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간간이 10장에서 20장 정도씩 가져와서 반찬으로 사용하지만 가지나 ㅊ토마토 감자 등의 열매들은 절대로 자체적으로 수확하지 않기로 했다. 농부의 손길이 너무 깊은데 감히 차마 미안해서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상추는 이미 충분하고. 고추도 자라게 되면 언제든지 몇 개씩은 식탁에 올려도 될 터이다만, 열매채소는 일단 보류다. 그런데 오늘은 감자를 한꺼번에 수확을 해서 배급한다는 소식.
심을 때 제일 걱정을 했던 감자를 오늘 수확했다. 감자 심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제안을 받아서 반은 잘 자라지 않을 것인가를 염려하고 있었기에 그러했는데 초짜의 첫 수확치고는 양도 많고 모양도 보통은 된다. 사진에서 하얀 비닐봉지의 것들이 오늘 수확한 감자이다. 잘고 굵고 못나고 잘 나고. 여러 형태의 감자가 선을 보였다.
왼쪽 열은 금방 캔 감자 모음이고 오른쪽의 보라색 비닐에는 1인당 가져갈 분량만큼 배급받은 감자다. 감자 담은 보라색 비닐 위의 사진에는 위로 오늘 식탁에 올릴 상추 2종류를 땄고, 대파도 5 뿌리 캐었다.
월급만 주셔도 되는데 부식까지 챙겨주시는...
[플러스]
감자를 수확하는 옥상에 오르니, 상추와 대파와 감자를 챙기면서 농담을 한다. 말은 회사에서 가져 온다고 하는데, 혹시 농부 친구를 사귀는 건 아닌가? 집에서 오해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아!!! 그래서 정여사가 배시시 웃으면서 그러셨구나. "회사에서 가져왔다고?" 아@@@@@ 그런 뜻이었구나 정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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