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주는 icy beer로]
= 손님,
= 예
= 코로나로 인하여 11시에 마감입니다.
= 우리 몇 마디 안했어예. 벌씨로 11시?
항변하면 뭐하나 코로나로 마감시간이라는 것을. 그들은 1차로 삼겹살 항정살 등등을 구워 먹다가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인가 섭섭해하다가, 1명이 "2차 가자"라는 말에 "아니 그것이 가능한가" 급 반색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며 2차 자리로 옮길 때가 9시 반. 그런데 몇 마디 안 했는데 집에 가라고 하니 모두 황당.
비가 오면 촉촉주를 마셔야 한다는 친구가 있다. 코로나 전에는 비가 오면 촉촉주 마시자 하는 소리가 기다려지더니 코로나는 그런 즐거움을 앗아가고 말았구나. 어제는 비가 많이도 내렸다. 출근부터 큰 우산으로 비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걸었는데, 점심시간에도 퇴근시간에도 줄기차게 왔다. 심지어 밤에도 왔다.
원래 축촉주를 마시자 하는 친구들은 비가 와야 마음이 동하는데, 오늘은 선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비가 오니 촉촉주가 되어 버렸다. 촉촉주 친구들아, 나는 너희를 배신한 게 아니다. 선약이었으니.
그런데 비 오는 날 1잔을 기울이면 친구랑 수다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커피나 차를 높고도 밤이 깊어갈 줄을 모를 터인데, 술 1잔을 놓고 하는 수다라면!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둥기들이랑 수다를 떨어본다. 언제가 되면 수다의 주제가 없어질까? 수다는 수다를 낳고 또 낳고 또 낳고.
요새 들어보는 유튜브에서는 "수다 떨지 마라"라고 충고하던데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기쁨은 나누면 반이 되고 슬픔은 나누면 상처가 된다면서 수다를 떨지 말라고 충고를 한다. 원래 아는 바처럼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드는 그런 사람들과 수다하는 행복]을 누리기를 모두에게 소망한다.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되면 모두가 훌륭하게 된다. 훌륭해지는 것으로 하자. 훌륭한 사람이 되어버리자.
최근 왜 사람들은 우울해졌을까? 소통이 부족해서일 게다. 글로 말로 수다를 잘 푸는 방법을 스스로 좀 익혀 두어야 한다. 수다는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듣기와 말하기]의 티티카카가 있고, 그 속에서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한다. 똑같은 주제나 단어만으로는 수다의 기쁨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주제와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번 집 지을 것이라는 친구의 주택가 수다 이후로 오랜만에 또 수다가 있는 풍경의 주인이 되었다. 감사하다. 친구들. 초대해줘서.
[플러스]
해가 짱짱한 날에, 어느 야외 펍의 가림막 아래서 저런 아이시 맥주를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 맥주도 맛났겠지만, 비가 장마같이 오는 날에도 아이시 맥주는 그 풍미를 더했다.
근데, 어제 우리 왜 만났지? 만남의 목적이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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