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를 아름답게 하는 소박한 미를 추구하는 사람들: 어느 외진 체육공원]
어디서 이 사진을 찍었을까. 적당한 굶기의 나무를 일렬로 세워서 한옥의 문 모양을 딴 문짝을 구성했다. 물론 문고리까지 달리지는 않았으니 세로로 문 형식을 잡고 가로로 나무를 넣어 정말 한옥의 큰 방문을 보는 느낌이 있다. 시골의 한옥의 문에서는 문고리도 있어야 하고 바깥을 보기 위해 유리로 낸 조그마한 창도 보여야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아래서부터 담장이들이 오르고 있다. 여름이 오면 온통 더 녹색을 띠겠다.
아래의 벽도 너무로 한옥 문 프레임이 잘 짜여 있고 그 오른쪽에는 담장 모양을 치고 나무 모형을 바람개비처럼 세워놓았다. 이 벽으로도 아래로부터 담쟁이가 오르는 중이다. 아래로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 기분 좋은 충경이다.
아래는 두 벽이 만나는 모서리의 풍경이다. 어설픈 나무와 담쟁이들. 한옥문 문양의 벽.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이 보이는 정다운 곳이다.
참으로 예쁜 이곳이 어디인가 하면 아침에 가끔 지나가는 체육공원이다. 체육공원이면 운동기구들이 놓여야 하는데 벽이 예뻐서 벽 사진만 찍었다. 물론 운동기구들도 적당한 간격으로 길목마다 배치되어 마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겠다.
체육공원을 왜 음지라고 표현을 하였나 하면 숲이 제법 우거져서 해가 있어도 그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 체육공원이 어느 아파트와 도로 사이의 공지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좀 특이한 위치라서 그렇다. 공원 치고 폭도 넓지 않고, 넓지 않은 것치고는 단아함이 있는 공원이지만 동네 사람들만 오는 자그맣고 조용한 공원의 아파트 쪽 말고 도로 쪽 벽을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을 해 둔 것이다.
누군가 제안은 할 수 있었겠지 그러나 시청이나 군청 혹은 동사무소에서 결제가 났으니 저렇게 벽을 조성하지 않았겠나. 이 음지에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지도 않은데 이런 마음 씀씀이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너무 고맙고 실현이 되게 한 행정이 감사한 체육공원의 풍경인 것이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아침의 고요함과 해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차분함과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있는 저 벽의 모습들이 미소를 짓게 하고 기분 좋게 한다. 오늘 아침도 전설은 저 길을 지나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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