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법: 없는 게 없는 백화점에서]
시간강사를 하러 간 학교에서 함께 방을 쓴 교사는 교사이면서도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아서 휴무일이면 차를 타고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로 미혼이었던 전설에게 묻는다.
= 왜 아직 결혼을?
= 적당한 사람을 못 찾았네요.
= 왜요?
= 네?
= 나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백화점을 갑니다. 전국의 그리고 전 세계의 물건들을 다 둘러보고 살 수 없을 바에는 저는 그 백화점에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골라 삽니다.
= ?
= 사람은 물건은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나서 배우자를 고르기는 어차피 힘들고. 그렇다면 그렇게 주어진 조건에서 제일 좋은 사람을 고르면 되지 않겠어요?
=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어떤 품목이건 마니아들은 백화점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기어이 자신의 원하는 기능을 가진 물건을 찾아낸다. 심지어 그런 기능이 있는 것을 스스로 제작하거나 제작하게 하는 힘을 활용한다.
결혼은 어떨까?
백화점에서 제일 적합한 물건을 고르는 기준을 적용하면 되는 것일까. 안될 이유는 뭘까? 역할을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큰 차이가 있겠나? 마니아가 아니라면 고르는데 시간만 더 들 뿐이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더 생산적이고...
특정 마니아들은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찾고, 기다리고, 만들기도 하고, 만들게 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르는 사람들도 마니아처럼 하면 될까? 사람이 큰 차이가 있겠는가. 어차피 100프로 이상형이 있을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을 더 창조적으로 사용해도 되겠고.
애초에 전설은 왜 백화점을 좋아하지 않았는가. 백화점을 자주 가지 않은 것도 흠일세. 전통시장에도 물건은 좋다는 믿음은 왜 가졌던가. 아니다. 물건도 백화점에서 제일 좋은 것을 픽업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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