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보다 더 어려운 일: 잘 듣고 공감만 해주면 되는데]
참 쉬울 것 같은데 제일 어려운 일이다. 마음이 힘들어서 괴로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그들이 말을 걸어오면 그의 말을 들어라. 그리고 공감해주어라. 네 말이 맞아. 내가 너라도 그런 마음이 들었겠다. 너처럼 견디기도 쉽지 않은 일이야. 네 맘이 전해 지네. 참 해결하기 힘든 일이지.... 일단 내가 아니라 상대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을 때까지 들어주라고 한다. 듣다 보면 스스로 털어놓음으로써 해결이 되든가, 말하는 가운데 스스로 답을 알아차리게 된다고 한다. 더 잘하려면 공감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전설은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들어주는 일. 듣기만 해야 하는데, 듣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 답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답은 당사자가 스스로 찾아갈 것인데, 왜 전설은 답을 찾고 있는 것일까. 뇌구조가 그렇게 연관되어 있다. 문제라 인식하고 답을 찾는 것.
후배가 말하기를, 남녀가 대화를 하면, 여자는 공감을 원하고, 남자는 답을 주려고 해서 서로 소통이 안되고 싸움으로 결론이 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금성에서 온 여자와 화성에서 온 남자의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전설도 여성성을 지니고 있는데 들어주고 공감하는 일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화성에서 온 남자처럼 늘 답을 생각하고 있다. 답을 찾다보면 상대의 말을 자꾸 끊게 되고, 상대는 털어놓아야 하는데 맥을 놓치면서 답까지 받아 안아야 하니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차라리 아니 만나는 것이 더 나은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문제가 깊어지면 정신과 의사나 전문 상담가를 찾으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들이 환자 응대법이나 상담자 케어법을 전문적으로 알고, 듣기에 훨씬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더하여 매우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게는 환자나 상담자가 자신이 인식하는 트라우마를 말할 수 있다 혹은 전문가가, 환자가 인식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찾아내어서 문제 해결에 지대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와의 대화는 모두 비밀에 부쳐지니 훨씬 깊은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친구나 가족에게는 다 털어놓을 수 없는 상처들이 있기에 그러하다.
진짜 힘든 사람에게는 친구나 가족은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이 인식해도 해결해 줄 전문지식이 없는데다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원인일 경우에는 더더욱 도움을 줄 수가 없기에 안타깝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친구들과의 수다로 풀면 되겠고 서너명이 모이면 들어주고 공감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형성이 된다. 수다를 떨 수 있는 3-4명으로 이루어진 두어 개의 수다 친구들이 있으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각기 경험한 바를 넣어서 공감을 해주고 들어줄 수 있어서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스스로 판단해보고 정신과 상담기관을 찾아보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놓는다. 언제 나의 당면과제가 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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