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침정원]
말도 쉽지는 않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텃밭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 쉽지 않은 말을 해 놓고 슬그머니 실천을 해 내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한 사람은 집을 지어서 살고 싶다더니 땅을 사고 심지어 설계를 마무리하고 있고, 한 사람은 정원이 있는 곳에 살겠다더니 정말 이사를 해서 정원을 만났다.
달빛이 내리는 시간에 퇴근을 하는 그녀는 가드닝을 아침에 해야 한다. 다행히 집과 근무처가 가까워서 출근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그녀는 아침 시간을 이용하여 그리고 주말에 가드닝에 동참한다.
모종을 구하거나 얻어서
적절한 화분을 구하고
적합한 흙을 구성한 다음
화분에 꽃이 심어진다.
그 와중에 어떻게 키우면 되는 지를 연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게다. 공부할 필요도 없이 이미 알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관찰하는 재미가 솔솔 해진다. 사실 시간과의 싸움이라 쉽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관찰하다 보면 세월은 가고 꽃과 나무도 제 갈 길을 온다.
중앙의 이팝나무(?) 사진은 한 폭의 그림같다. 배경이 되는 벽과 조화를 이루며 신선하게 계절을 타고 있다. 우리 집에만 오면 3일 안에 죽는 꽃나무들이 왼쪽 젤 위의 사진에는 싱싱하고 건강하게 햇살을 받고 있다. 부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분홍 플라스틱 숟가락에 꽃 이름을 적어서 꽂아 놓았다. 오른쪽 사진에는 화분 대신 장화에 올라 탄 꽃들. 장화가 화분이 되기도 하는구나. 장화 바닥에 구멍 내기가 어렵진 않았겠군. 폐품활용이 아름다운 사진이다.
오른 아래의 수석은 분명 신랑의 작품인데, 3주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자란 듯하다. 돌 위에서 키운다는 것이 처음에는 참 생소하고 이상했다. 왜 저렇게 어렵게 돌 위에서 키워야 하는 것일까?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지라 참 거북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자연 속에서 커다란 바위 위에 고고하게 홀로 자란 소나무들이 얼마나 많던가. 집에서 키우기 어려울지 몰라도, 자연에서 스스로 자라기 힘들었을지 몰라도, 이 조합 또한 자연의 한 부분임을 기억하게 한다. 잘 자라야 한다.
꽃과 나무를 볼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수석이 모여있는 곳을 보노라면, 돌 위에 자라있는 작은 나무들을 보노라면 자연을 옮겨 온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이렇게 키우는 것일까.
가드닝은 생각보다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으니 어쩌겠는가 부지런히 키워내야 한다. 텃밭도 보기보다 인간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했다. 회사 옥상에서 텃밭 가꾸는 것을 관찰해보니 그랬다. 인간이건 식물이건 인간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정이 많은 사람들이니 잘 가꾸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플러스]
도시 농업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아파트 근처에 텃발 자리가 있다거나 도심을 조금 떠난 곳에서 몇 평 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채소를 길러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것은 은퇴자의 삶인가 싶어서 생각을 축소시켜서 누구나 베란다에 미니 텃밭을 가로 세로 1미터 정도의 넓이 정도로만 야채를 심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선한 야채를 공급받기도 하고, 흙을 만지기도 하고. 집 안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상태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좋은 것인가 싶어서.
그런데 집에 오는 꽃과 나무가 일주일이 못 가서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하고서 일찌감치 꿈을 접는다. 조용히. 몬스테라와 수중에서 자라는 스킨답서스만 자라고 있다. 희한하제. 관심과 사랑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그녀의 [아침정원]은 여름이 지나고 또 여름이 지나고 풍성한 그늘까지 생기길 기원한다. 올 여름에는 정원에서 정말로 [수박파티]를 해 보자. 고대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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