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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films

자기 앞의 生: 멘토/우정

by 전설s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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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이미지)

[자기 앞의 生: 멘토/우정]

 

넷플릭스 여행 중이다. 타고 들어가다가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역사드라마 시리즈나 SF 드라마 시리즈를 선호하는데 그 언저리를 엿보다가 느닷없이 눈에 들어오는 저 이름.

 

소피아 로렌. 

아주 오래전 영화에 나와서 그 아름다움이나 연기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큰 키와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당당함이었다. 

 

193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생. 

 

아니 그녀가 아직 살아있었다는 것인가. 그녀는 늙음은 이리도 당당하고 멋이 있는가. 

 

2020년 작품이 [자기앞의 생]. 제목이 참 촌스럽지 않은가. 물론 유럽 영화들이 좀 그렇긴 했다. 

 

2차 세계대전의 아우슈비츠의 포로 생활의 경험이 있는 이 주인공 여인, 로사. 아이들을 돌봐주면 삶을 영위해 나가지만 어딘가 정신은 트라우마와 고통에 젖어있다. 

 

12살짜리 세네갈 출신의 학교도 쫓겨난 꼬맹이를 맡게 된다. 

 

이미 돌보는 아이가 있고 삶도 녹녹치 않고 문제 소년을 봐주어야 할 이유가 없지만 어찌어찌하여 함께 돌봐주게 된다. 

 

이 여인은 자기가 사는 마을의 한 상점에 이 아이에게 알바를 좀 시켜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는데, 그 방식은 너무 아름답다. 

 

이 아이를 일주일에 몇번이라도 데리고 계시면 안 될까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이 마을에서 가장 점잖은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저 아이에겐 이끌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네갈에서 온 아이이고 회교도랍니다. 일주일에 1번이라도 어떠세요? 혹시 일을 맘에 들게 하면 급여를 좀 주셔도 되고..  

얼마나요?

그거야 저는 모르죠. 사장님 마음이죠. 

 

학교를 쫓겨나 마약 판매를 하고 있는 12살짜리는 벌써 인생을 나름 꿰고 있다. 마약 판매도 능수능란하게 하고 자기 구역을 챙겨 맡을 만큼 수완도 있는 아이. 자유방임에 놓여 있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멘토를 붙여주려고 하는 이 여인의 사고가 참 고맙다. 전에 데리고 있던 의사가 주는 월 얼마간의 생활비만 받고 자신의 일을 끝내도 될 것을. 

 

아우슈비츠에서의 트라우마로 건물 지하에 quiet place로 아지트를 갖고 있는 로사. 마음이 불안할 때면 여기에 와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아이들과 지내는 자신의 집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 주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로사와 모모(12살짜리 골칫덩어리)는 자기 집에서 그리고 아지트에서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대화를 하게 된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사랑이 그리운 아이.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그리운 아이. 진지한 대화를 마음으로 하는 것에 굶주린 아이. 가족이 뭔지를 모르는 아이. 

 

가끔 정신을 잃던 로사는 자신의 생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모모에게 병원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세상에 12살에게 그런 부탁을 하다니. 병원을 방문한 모모는 눈물을 뚝뚝 흘리지만 로사는 너는 누구니? 하면서 외면을 한다. 병원에 입원시키지 맡아 달라고 부탁은 했지만 12살짜리에게 그것을 지켜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모모는 로사에게 말한다. 나 혼자 할 수 없으니 로사 아줌마가 나를 도와야 한다고.

 

모모는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다.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마약 판매를 그만두어야 했고, 그 마약상이 놓아주지 않기라도 한다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다행히 마약상은 이제 떠나면 끝이라면서 모모를 놓아준다. 알바 집에서 사장과 오해의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도 가서 사과를 한다. 

 

그리고 야밤에 휠체어로 로사를 병원에서 탈출시켜 아지트로 데려온다. 휠체어에 자신보다 세 배는 나갈듯한 로사를 태워서 집까지 오는 그 길은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성공한다.

 

그 이튿날 경찰이 오지만 아지트는 알지 못한다. 며칠의 시간이 흘렸을까. 

 

로사는 숨을 거두고, 아지트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모모는 평소 로사를 아끼던 마을 사람들과 장례를 치르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어서 그녀는 행복했겠다.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친구가 있어서 행복했겠다. 나이가 중요한가. 할머니와 12살 소년 사이의 우정은 한없이 깊고 완전했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았으나 모모 마음속에 살아있는 로사로 인하여 남은 모모의 삶은 얼마나 찬란할 것인가. 

 

인간이 삶을 달리 사려면 세 가지 중에 하나를 하라고 했다. 

1.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원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2. 다른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 것. 원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방향에 있는.

3.  그 둘도 힘들면 이사를 하라.

 

모모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만나 삶을 새롭게 살게 되었다. 로사는 생의 말미를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내었다. 

 

유럽 영화는 무겁고 칙칙해서 싫다는 친구들이 있었다.

삶이 무겁다 원래.

삶이 칙칙하다 원래. 

 

그 속에서 보석을 발견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뒷골목들을 본 즐거운 영화이다. 

 

사족:

인간의 내면에 성실하게 다가서는 유럽 영화도 나는 좋아하네. 도대체 나는 싫어하는 장르가 뭘까? 

 

 

아지트로 가는 길에서 본 여명. 밤에 병원을 나서긴 했으나 휠체어 이동은 시간이 걸렸고 그 와중에 지친 로사와 모모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목격하는 중이다. 생의 한가운데 선 사람과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의 우정. 나의 사진은 흐리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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