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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films

아빠의 향기: 마르코 폴로 S2

by 전설s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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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향기: 마르코 폴로 S2]

 

(출처:pixabay)

메모리. 

 

혹은 추억.

 

누군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 혹은 무엇인가를 보거나 느끼면 생각하는 사람. 

 

[마르코 폴로 시즌2]에 원나라 쿠빌라이 칸은 자신의 정복지에서 이따금 아이를 데려와 키웠던 모양이다. 섭정(지금으로는 수상직)을 맡고 있는 아흐마드도 그가 데려와 자식처럼 키웠던 아이로 정복지 출신이다. 꼭 그것이 아니라도 송나라로 명명된 당시의 한인들은 정복 후에도 원에게 복종을 원하지 않아서 색목인을 관리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다 한다. 

 

그 아흐마드와 칸의 아들이 임부 수행 중에 습격을 받아 아흐마흐가 다쳐서 동굴에 숨어 있을 때, 생사를 헤매던 그 시간에 그는 머리를 스쳐가는 온갖 상념 가운데 엄마와 아버지의 향기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아버지에게서는 염소 오줌 냄새가 았다고 그는 기억한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염소 냄새를 맡거나 떠올리는 순간부터 온 기억 세포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게 한다. 그래서 기억 저장고에서 아버지를 끌어낸다. 

 

냄새라는 것이 꼭 개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개들은 냄새로서 우리가 사람 얼굴을 판별하듯 다른 각각의 개를 인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산책하는 동안 개가 냄새를 맡을 때는 친구를 만나는 순간이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도 굳이 보는 것 이외에도 오감으로 느끼는 무엇인가로 사람을 기억한다. 물론 냄새도 가능하겠다. 

 

중학교 1학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한 장면이 또렷하다. 

어른들의 계모임이었겠지. 흥이나신 선친은 노래를 흥얼거렸고 춤을 추었다. 모친에게 물으니 노래에 소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선친이 흥얼거리 그 노래가 기억이 난다. 제목을 찾아보니 "먼 데서 오신 손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오늘도~~

 

나에게 있어 선친의 향기는 이 노래의 흥얼거림과 그 춤사위이다. 

 

팔은 大자로 적당히 올리시고, 오른발 왼발 나가다가 세 박자에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굽혀 뒤로 살짝 차는 듯한 그 춤사위는 눈에 선하다. 돌아가신 지가 언제인가. 그토록 오래되었지만 그 모습에 대한 기억이 나는 너무 좋다. 

 

언젠가 SF를 보는데 꼬마의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왔다. 소원은 죽은 아빠가 보고 싶다는 것. 그래서 그 아이에게 눈을 감고 아빠를 회상하라고 한다. 묘사할 때마다 아빠가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죽은 인간은 살아있는 인간의 기억 속에 머문다. 많이 기억할수록 섬세하게 생생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없는 것은 더더욱 존재할 수 없다. 

 

가끔은 누군가 떠올리지 못할 특징없는 개성의 소유자라서, 가끔은 나라는 인간을 떠올릴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난감한 시간이 있다. 꿋꿋하게 이겨내지만 삶은 냉정하다. 

 

아빠의 향기는 그랬다. 

아빠의 노래는 그랬다. 

아빠의 춤사위는 그랬다. 

 

인간은 그렇게 존재하고 기억되고 소환된다. 

 

 

아무래도 기억을 소환하는 도구로서는 사진이 최고로 좋을 지도 모르겠다. 인화된 더구나 저런 흑백이면 더더욱. 영상이 남아있는 경우엔 추억의 소환이 어쩌면 당혹스러울지도.(출처:pixabay)

 

 

공개구혼/해외/드라마/마르코폴로 시즌2/아

빠의 향기/기억/추억/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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