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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films

신비함을 넘어 오묘한 심리: 더 폴. The fall.

by 전설s 202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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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함을 넘어 오묘한 인간 심리: 더 폴. The fall]

 

(출처:pixabay)

매우 특이한 느낌을 준다고 하면 표현이 맞을까. 

 

범죄를 분석하고 범인의 범죄 동기를 분석하고 추론하고 체포하고 재판을 받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룬 수사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에서 검경수사권분리가 화두가 되고 있는 지라 영국의 수사드라마이지만 경찰이 증거물을 다루는 방법이라든가, 수사를 진행시킬 때 적합한지 하지 않은지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이라든가, 수사는 경찰이 하지만 기소는 공공 기소청에서 전담하는 분리된 상황에서의 증거물 획들 과정과 보존방법, 기소를 위한 증거 확보 등을 보는 것은 새로운 눈이 열려서 그런 것이라 재미를 더했다. 

 

일련의 수사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과학적 포렌식을 들이밀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의 체계성과 과학성을 간접적으로 느기게 해주는 수사방식. 

 

그러나 이 작품의 묘미는 인간의 심리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사람의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보모아래서 자라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학대의 참상. 더구나 성적인 학대의 모멸감이 주는 정신적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의 경험을 깔고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범죄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의 상상에 맡기고. 

 

일련의 사건이 연관된 연쇄살인이라는 단서를 찾아내고, 증거를 모으고, 분석을 하는 탁월한 수사관. 

 

그것을 토대로 범인과 치밀한 심리전을 펼치는 지점이 매우 특이하다. 그리고 일련의 범인 및 참고인 등에 대한 심문 방식도 볼만했다. 

 

압권은 주인공인 범인과 주인공인 여자 수사팀장이 시즌2의 마지막화(6화) 그리고 시즌3의 마지막화(6화)에서 나누는 심문 형식의 대화가 백미이다. 인간의 심리를 문학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이,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면서 죄를 발설케 하는.

 

인간의 정신세계의 신비함과 오묘함. 

그리고 이 정신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조합의 결과물들이 엮어있는 이어지고 이어지는 깊은 나비효과. 

 

시즌3까지 총 17편인데 짜임새 있는 연결이 긴장감을 놓지 않고 감상하게 한다. 말로 푸는 드라마가 있다. 범죄 수사를 다루는 드라마이니 말로 풀 것도 많으나 이 드라마는 행동 하나하나 이어지는 영상 하나하나가 한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역할을 해서 띄엄띄엄 볼 수가 없다. 

 

그러다보면 현실을 살고 있는 나의 내면까지도 만나게 된다. 너무 급하게 진행이 되면 다른 생각할 여지가 없는데 묘하게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줄거리를 따라가면서도 그래서 생각할 게 많게 하여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관찰자가 자신의 내면과도 마주할 시간을 준다. 희한한 일이다. 

 

행동심리학이라고나 할까.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그 내면의 이유가 있다. 그 스스로 소화를 했건 아니건, 인지를 했건 아니건. 남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묵인되어 잊히고 해악이 있는 경우엔 그 내면을 읽으려 한다.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할 때는 이유가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그렇게 안고 살다가 가는 게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가 운이 좋으면 읽어줄 혜안 있는 사람을 만나서 마음의 여유를 누리며 살 것이고, 아니면 헤어나지 못한 재 끌어안고 살다가 가는 게 인생일 것이다. 다만 악의 구렁텅이로는 빠지지 않기를 소원하면서. 

 

The fall. 몰락.

누가 몰락한 것일까.

 

주인공인 폴이 고도의 지능으로 성인이 된 후에 자신의 삶을 통째로 계획대로 연극으로 만들어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왔는데, 자신의 그런 심리를 꿰뚫은 수사관에 의해 "(악랄하고 기이한 연쇄살인마와 자상한 아빠와 남편 역할이 있는) 의도된 삶"이 파괴되는 그 몰락을 그린 수사물일까?

 

그의 아내로 살아온, 자상하고 다정한, 상담자로 일하는 남편이 살인마라는 것을 알고 정신력을 잃고 자살의 길로 들어 선 "선하고 착한 간호사" 아내가 몰락한 것일까. 

 

범죄인의 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쳐서 기소는 하였으나 범인의 자살로 재판까지 끌고 가지 못한 그 출중한 형사가 형사로서 몰락한 것일까.

 

인간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고 구현되며 어떻게 몰락되어 가는지 일련의 과정을 잘 표현한 17편의 드라마에 몰입하였다. 느릿한 전개, 치밀한 줄거리, 인간의 심리에 대한 밀도 있는 표현들. 치밀한 대화들. 

 

결론은 우울한데, 내면의 성숙함이 있는 우울함이라 견딜만하다. 넷플릭스에서 2월 말까지 관람 가능이라 다운로드를 하여둘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둘의 대화가 있는 시즌2와 시즌3의 마지막화만 한번 더 보기로 하자. 


 

우리 삶이 한편의 드라마라고 하는데, 그 역할에 이런 악을 포함시키진 않는다. 그러나 지능이 뛰어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른 드라마의 내용을 창작한다. 서로의 내면을 눈치채는 주인공들. 어떻게 하면 내 삶을 통째로, 다른 사람의 삶을 통째로 파악을 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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