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라는 긴 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평범한 한 호텔 로비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브라질로 이동하는 날. 새벽 비행기라서 호텔에서 3시 50분에 출발해야 한다고 예고되어 있었다. 남미 여행의 룸메이트는 원래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이었으나 비슷한 연배의 다른 분과 룸메이트를 원해서 보내고 나는 20대의 젊은 친구였다.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움직일 때면 지각자가 항상 나오기 마련인데 여러 국가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가 공항 이용이 많고 더구나 영어 아닌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 되면 출발시간이 정확하지 않으면 전체가 여행의 불편을 겪을 수가 있어서 오지 않으면 바로 출발을 해버린다. 뒤에 남겨진 사람은 각자 알아서 공항으로 택시를 이용해서 와야 한다.
외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우리 나라 국내여행에서 그런 적은 있었다. 1박 2일 여행이었는데 출발 시간이 되도록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제 시각에 출발을 하지 않으면 차가 막혀서 다음 일정이 엉망이 되고, 비록 단체로 움직이지만 일행도 아닌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가이드는 단호했다. 정각에 도착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를 하니 30분을 기다리라고 한다. 가이드는 택시를 타고 다음 일정지로 오라고 하고 우리가 탄 버스는 출발을 했다. 그 사람은 택시비를 여행비만큼이나 물고 다음 일정에 합류했었다.
외국 여행에서 사람을 두고 떠난 경험은 아직 없다.
그런데 그 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브라질로 넘어가야 하는데. 3시 50분 로비 집합인데...
그 전날 룸메이트에게 기상시간을 물으니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해야 해서 2시에 일어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알람을 해놓겠지만 3시에 깨워달라고 하고.
눈을 뜨니 3시 45분.
룸메이트는 단잠중. 쿨쿨쿨...
00씨.
나의 시계는 3시 45분인데 너의 시계는?
3시 45분. 언니 전부 가방에 쓸어 담아요. 신발만 신고 나가요.
그러자.
나는 시간에 쫓기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항상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라고 버스도 뛰어야 한다면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택한다. 시험 준비를 할 때도 시험 직전까지 메모를 보지 않는다. 그 전날 끝낸다. 1시에 시험이면 12시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그런데 이 날은 그럴 수가 없는 것.
5분안에 로비로 갈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도 늦은데... 그런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되건 안되건 일단 우리는 모든 것을 가방에 쓸어 담고 방을 나서야 했던 것이다.
도착하니 아직 1분이 남았다. 아무도 우리가 세수도 하지 않을 채로 그토록 급하게 등장한 것을 모른 정도로. 우리는 로비에 와서 정신을 차렸고 가방을 다시 묶었고 무사히 공항행 버스에 합류했다.
5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 줄 몰랐다. 물론 그 전날 가방을 대충 싸놓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이미 로비로 갔기에 엘리베이트는 오히려 빨리 우리에게로 배당이 되었고.
시간과 싸움을 할 때는 네고가 없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말고 자신의 일을 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 4분간에 머리를 스쳐간 생각이 무엇인지 텅 비어 있다. 아마도 "왜 늦잠을 잤지. 알람은 왜 안 울렸지?" 뭐 이런 생각? 혹은, 차를 놓쳤으면 다음은?
여건이 되면 동일 일정이라도 떠나고 싶다. 여행을 회상하면 모든 곳이 다시 가고 싶어진다. 이스탄불 드라마를 보니 그곳을 다시 가고 싶고. 로마를 보면 로마가. 카이로를 보면 카이로를.
시간. 공간. 그리고 나.
그리고
여행.
공개구혼/여행/해외/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보까항구/탱고/시간/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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