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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정여사의 변심은 무죄: 엄마의 마음

by 전설s 2021.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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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사의 변심은 무죄: 엄마의 마음]

엄마라는 사람의 염원같은 느낌을 준다 (사진은 pixabay)


정여사는 남편 사후 아이들이 하나둘씩 품을 떠나도 마지막 자녀와는 오래 살았다. 지금도 함께 살고 있다. 그런 정여사이지만 큰 아들이 맞벌이를 한다고 해서 손자 둘을 봐주느라고 고향 집을 7년인가 8년인가 떠나게 되었을 때,

전설은 정여사가 서울(경기이지만)의 생판 모르는 도시에서 아는 친구도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고립되거나 외로울까 봐 매일 아침 8시 반에서 9시 사이에 전화를 했다. 물론 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지만, 맞벌이하는 그들이 정여사에게 얼마나 알뜰하게 대화를 해 줄 수 있겠나 하는 마음과 손자들이 어리니 퇴근하면 아이들 보기도 바쁠 텐데 고향 떠나온 여자 어른 할머니에게 대화를 걸어 줄 시간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매일 아침 그녀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 주는 전화를 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7년, 8년.


그러다가 전설이 유학길에 올랐는데, 유학을 가서는 일주일에 1번씩 정여사에게 전화를 해 주었다. 시차가 있으니 금요일 밤에 걸면 토요일 아침에 통화를 했었다. 뭐 별다른 대화 거리가 있겠나 그 대화가 그 대화였던 어는 날.


= 정여사님, 어떤 남자가 나에게 관심이 많은데, 미국 사람이에요.
= 응, 미국 사람? 나이는 몇인데. (외국인에 마음이 열려있었다)
= 25살쯤? (그때 당시 전설과 10살 차)
= 아이고, 일찍 시집갔으면 너만한 아들 있었겠다 해라 그냥.
= ㅎㅎㅎ 그런가?
= 근데, 부모는 살아계시고, 형제는 어찌 되는데?


하하하. 25살이라서 너무 어려서 자식 같은 나이라고 하더니, 금방 태세 전환을 해서 시시콜콜 질문이 늘어간다. 키는 얼만한데, 잘 생겼나? 무슨 공부하러 왔는데...


세상의 엄마라는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택도 없다는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싶어서 이것저것 물아봐 둬야 하는 극성이랄까 관심이랄까. 미국인이라는 외국인이라는 것은 정여사에게 어차피 의미가 없었다. 정여사는 나름 며느리나 사위에 대한 기준이 있었다.


[나랑 살 사람이 아니고, 네가 살 사람이다. 네가 살 사람을 네가 골라 와서 인사를 시키는데 나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 정여사님. 그래도 기준 아니 눈을 좀 높여주세요.
= 높이기 싫다. 알아서들 골라와라. 무조건 허락할 거다. 그리고 자기가 고른 사람이니 사는 것도 네 책임. 사랑하는 것도 네 책임.


어쨌거나, 그날 정여사의 찰나의 변심을 내 어찌 잊으리. 형제는? 부모는 살아 계시고. 그래 놓고 둘이서 전화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해외전용전화카드를 늘 구비해두고 유학기간 한 주도 빼먹지 않고 정여사와 통화를 했구나. 하긴 매일 연간 365회 이상 전화하는 연습을 이미 몇 년을 한 전설이었으니, 1주일에 1번은 정말 껌이었지. 아! 그립다 전화를 하러 밤 마실 가던 그 시절이.

트위터에서 한번씩 보였는데, 신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트윗의 내용으로보아 선생이 된 듯.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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