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신부: 말라카의 다문화 융합 엿보기]
말레이시아 영화를 보게 될 줄 몰랐다. 시야를 넓히려는 의도는 있었으나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니었다.
말라카는 항신료 무역이 한창이었던 시절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던 모든 배가 다 들려야 할 만큼 무역의 중심지였다. 역시 드라마의 주인공의 아버지는 향료상이었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in-between인비트윈의 세상을 다룬다. 사후에 영혼이 현생에서의 업을 심판받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 혹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나, 혼수상태등의 영혼도 머무는 정신없는 곳이다.
말라카는 세계적 역사에서, 많은 문화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에서는 윤회 즉 환생의 세계관이 있다. 이를테면, 현생의 업으로 심판을 받는다. 그 결과로 영혼은 지옥을 가거나 환생을 하게 된다. 또한 천사도 나온다.
환생과 윤회는 불교적이고, 천사와 지옥은 기독교적이며, 업으로의 심판은 이집트 인도 등 각국의 종교와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것.
드라마는 젊은 나이에 죽은 제멋대로의 젊은 남자가 인비트윈의 세계에서도 권력을 장악하고 나쁜 짓을 꾀하고 있는데, 그 어머니가 영혼 결혼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와중에 말레이시와 젊은 여자가 현생과 인비트윈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20세 젊은 결혼이 만연한 세상에서 젊은 여성우 영혼 결혼을 허락하여 영혼 신부가 되지만, 가문보다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드라마다.
나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 것이다.
심판에서 나쁜 업으로 심판을 받으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환생을 적용하자면, 동물로 환생하는 것인데, 이 말레이시아 드라마에서는 아예 환생의 기회가 없고 지옥으로 바로 직행이다. 우리도 환생을 거듭하다가 도저히 안되면 지옥을 가게 되는 것일까?
두 번째는, 좋은 업을 쌓은 사람은 환생한다. 환생하면 전생의 기억이 없다고 해도, 좋은 업으로 환생한 사람들 중에 이렇게 사회와 국가와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이 또 생겨나는 것인지 그 논리가 궁금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는다만... 좋은 업도 단계가 있어서 인성에서 고귀함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드라마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좋은 업도 단계가 있어 동물부터 각 층의 인간으로 분화해서 환생해서 그런 것일까?
세 번째 나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인비트원의 세계에 우물이 있어 그리운 사람을 보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비트윈의 세계를 떠도는 영혼도 있다는 사실. 일찍 죽은 여주인공의 엄마는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더 보기 위해서, 그들과의 추억이 환생보다 좋아서 인비트윈의 세계에 머문다. 새로운 삶을 사는 것보다 추억이 더 좋은 경우인가 보다. 현생에서 삶을 마감할 때, 모든 것을 내려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미련도 후회도 추억도.
나쁜 기억도 우리 영혼을 잡지만, 너무 좋은 기억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을.
여자 주인공은 사랑을 고백한 남자가 있다. 어릴 때부터 짝사랑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청혼을 받게 되고 결혼식을 준비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혼수상태일 때 자신을 구하러 온 천사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천사는 인간에 섞여 5백 년을 봉사를 해야 승진되어 천국에서 영생을 살게 되는데, 여주인공의 영혼을 생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승급 기회를 포기하였다. 천사 역시 그녀를 사랑한 것이다. 이는 그리시 로마신화를 빌려 온 것인가. 역시 다문화의 말라카.
다시 태어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천사를 찾아서 사랑 고백을 하고, 그와 함께 인생의 긴 여행을 떠난다.
조용하지만 나름 생각거리가 있는 드라마였다. 말레이시아 배우를 보는 즐거움도 있고, 말라카의 1890년대, 향신료 무역의 거의 막바지 시대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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