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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도시의 고향 사람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 젊은 사람들은 결혼이나 지방에서 유학하는 등으로 자연스럽게 떠나기도 했지만, 부모님 또래의 연배 있는 어르신들은 재개발로 우리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재개발을 하고도 우리 집은 여기 이곳에 그대로 남았다. 흩어 진 사람들. 이웃 주민들.
4월 10일 총선시에 참관인 신청을 해 보았다. 선거관리에 참가한다는 의도가 첫 목적이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사전 선거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당일날 우리 투표소가 예전 우리 마을의 한 장소이니까, 조용히 참관하면서 등장인물을 살펴 본다. 아는 척 까지 하기엔 너무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우리들. 각자의 삶이 바빠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러나 옛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을 해 본 사람도 있고, 얼굴만 아는 사람도 있다.
세월의 흔적으로 꽤 늙어있는 사람들. 익어가고 있었다. 태어나서 수십년이니 다들 삶도 나이도 얼굴도 몸도 익어가고 있었다. 상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을 터이나 그 옛 모습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가운데, 세월을 피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익어 버린 사람들. 그들도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터이다.
반갑다. 나이 먹는 배우나 텔렌트들이 성형이나 시술로 어색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 마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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