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불편함: 24년 지금 나의 상황에서]
독서는 장점이 많다.
수 천 가지의 장점과 필요성이 있겠다.
우리에게 단 한 번의 삶이 허락되었다면 삶의 지평은 독서가 열어 준다. 현생 외에 다른 사람의 삶에 접근하게 해 주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윤회가 아니라 여러 삶을 살고 싶은 기억은 독서가 마련해 준다. 그리고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삶의 깊이와 넓이에 다가서는 기회를 준다. 사람이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중단했던 이유는, 미디어가 너무 발달해서 글 이외의 방식으로 삶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다. 영상을 통한 접근도 꽤 신선했다. 다만 독서와는 차이점이 있다. 영상물도 어느 정도가 되니 다시 책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니 이제 책과 영상이 동등한 모습으로 나에게 초대장을 내민다.
그런데 지금 2024년 봄의 나에게 도서는 불편함을 준다. 후배나 친구들이 벌써 벌써 돋보기를 사용할 정도라 작은 글의 책이 주는 읽기 불편함이 그 이유가 아니다. 첫째는, 책을 들고 다니는 습관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갑자기 자투리시간이라도 읽고 싶어 질지도 몰라서 책을 품고 다녀야 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가방도 최소물품만 넣어 다니는 사람인데, 책이 들어가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은 너무 성가시다. 둘째는 아직 책을 다시 들 시간이 아니다. 독서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신체 활동이 좀 힘들어질 시기쯤으로 계획해 두었기 때문인데, 아직 내가 너무 젊다. 셋째는, 아직 싸돌아 다닐 수 있는 건강 상태인데, 책을 잡으면 나를 실내로 구속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이미 무한의 세계이더라도, 한편으로는 책 속에만 나의 뇌를 가두기 때문이다. 시각이 아니라 육각으로 받아들일 경험이 아직 산재하다.
24년 봄의 상황에서 독서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자유의 상실이다. 활동의 상실이다. 뇌활동의 시작이기는 하나 몸활동은 상당히 불편해지는 상황이 된다. 다만 또 호기심이 불타 올라서 한 달만, 아니 며칠간만 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책 한 페이지가 주는 명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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