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강남 가기: 태백산 설경

[친구 따라 강남 가기: 태백산 설경]

눈이 있을 때 태백산 정상을 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다. 카톡이 날아든다. 태백산 정상에 이르는 길의 눈꽃을 보자는 것이다. 이런 멋진 제안을 이렇게 갑작스레...

태백산은 혼자 올라 본 적이 있다. 정상에서 보이는 주위 산들의 웅장함이 참 편안했던 느낌. 오르고 나서 더 많은 산과 만났던.

사람이 없었던 등산길이라 이정표에서 잠시 고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오르다 보니 떠오른다.

친구가 이 야심한 겨울에 가자길래 준비물을 보고서 등산을 다녀도 겨울 등산은 많이 다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젠이 없고 스패츠가 없다. 구비해 본 적이 없다. 스틱은 동반자들의 것을 잡아 보았으나 젊었기에 별 필요가 없어서 사 본 적이 없다.

눈을 만나는 겨울 등산은 스틱과 아이젠과 스패츠가 나를 보호한다. 설산을 가려면, 저 친구들위 여행에 동행하려면 사야겠구나. 이제 활동을 넓히려면 필요하겠다 싶어 급히 구매한다.

아이젠은 8핀. 신발 240-260용
스패츠는 폭 42 cm 길이 50cm.
스틱은 강도와 무게의 중간점을 잡은 소재라는 두랄루민으로 만든 4단 스틱.

주문해서 장착을 해보고, 스틱의 사용법을 동영상을 보고 숙지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갈 준비를 끝냈다. 초대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23년 12월 31일. 초대가 없었다면 집에 머물렀을 시간.

오르는데 2시간 반.
하산에 2시간 정도를 잡는데 우린 매우 느긋하게 움직였다.

오를 때는 눈이 즐길 만큼만 왔다. 전날의 적설로 탐방로는 하나만 열려 있었다. 폭설이면 등반 불허였을 것이나 살짝 기회를 포착했다. 오르면서 눈을 만나고, 내려올 때는 눈이 그쳤다.

둘은 조금 앞서고
둘은 조금 뒤에서 오르고 있었는데, 함께 속도를 조절했어도 딱 맞을 정도였는데, 걸음을 나도 모르게 빨리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친구는 느리더라도 정상을 오르고 싶어 했고, 그 의사를 존중해서 거침없이 올랐는데, 같이 속도를 맞출 걸. 그랬어도 되었는데. 남편과 동행하니, 마음을 놓았나 보다.

희한하게도 단짝이었던 친구는, 뒤에 오는 자기 단짝이 걷기가 불편할지, 어느 속도로 올 지, 감을 잘 잡았다. 그리고 깊은 배려가 보인다. 내가 놓치는 부문은 그녀를 따르면 되었었는데...

설산은 그지없이 좋았다. 딱 걸을만했고, 딱 견딜만한 온도에, 딱 견딜만한 붐 빔. 물론 태백산 비석 앞에서 기록 사진을 찍을 때는 줄을 서야만 했다만.

뒤서거니 오던 친구 부부도 정상에서 만나서 기록 사진 한 컷을 남긴다. 이 친구는  우리 보고 어서 올라가라 했다 그 뜻을 따르긴 했으나, 그래도 간간이 뒷 부부를 기다리는데... 이 기다림이 너무 좋았다는 것을 알려나?

혼자 갔으면 정상에 오르니라 뒤도 안 돌아보고 쉬지도 않고 올랐을 산을, 기다린다고 멈추니 저절로 휴식 시간이 된다. 또한 저절로 사진도 찍고 있다. 겨울 산행 복장은 사진 찍기가 절대로 불편하다. 폰이나 사진기를 꺼내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주어지니 저절로 품을 헤집어 폰을 내고 사진을 찍게 된다. 약간의 여유가 이런 풍요로움을 준다. 중간중간 멈추니 설산의  풍광을 더 즐길 기회가 된다. 이래저래 고마운 친구!!! 덕분에 눈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의 소유자가 된다.

다만, 겨울 산행 사진은 삼가는 것도 좋겠다 장갑에서 뺄 때마다 손 체온 저하로 나중에는 손끝이 시렸다. 터치가 되는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열 발생 기능이 있는 장갑이나 뭔가 손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핫팩.

등장인물은 우리 일행이 아니지만, 뒷 모습이니 이해 하리라 믿는다.

장비가 없어서 나는 동참을 못한다고 했다가, 그다음 주라서 장비 살 시간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설산이 좋았고, 정상까지 가는 건 항상 좋다. 걸어가면서 대화할 동행이 있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다만 동행 모두가 같은 속도로 함께 걸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 속도에 동행하느라 단짝과 멀어진 친구의 배려도 고맙다.

약간의 어려움은 항상 교훈으로 남는다. 각자의 마음속에 태백산의 웅장함을 담고 간다. 그리고 성취의 느낌을 간직한다. 물론 우정도 애정도 함께 깃든...

 

23년 마지막 외출은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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