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미널: 프랑스편 영국편 독일편]
재미있는 초미니 드라마를 보았다. 크리미널 마인드와 이름이 유사하니 시즌 15까지 간 것을 상상하면서 국가 간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싶어서 열어 본 드라마다. 이 것은 내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구성의 특징이 더 도드라진다. 범죄현장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범죄 관련 사진이 두 어장 등장하지만 그것은 턱도 없다. 드라마가 구성할 수 있는 현란함을 제공하지 않는다. 볼거리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빨려 든다. 한 마디도 놓쳐서는 안 된다.
크리미널에서 추구하는 세상은 말로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말로 인식되고 상상되는 세상에서의 사건을 다룬다. 심문 담당 경찰과 용의자 혹은 참고인이 등장해서 질문과 답만 하는데, 그 대화 속에서 우리는 범죄의 특성을 알고, 사건 현장을 인식하며, 누가 범인 일 것인가를 추론해 나가야 한다. 심지어 용의자 흑은 참고인이 거짓을 말하는지 참을 말하는 지도 판단 분석하면서 보아야 한다.
말만 등장을 한다. 배경은 경찰 취조실이다. 영국편 독일 편 프랑스 편 모두가 동일하다. 최조실과 최조실을 볼 수 있는 그 공간만이 드라마의 배경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대화로 만들어진다. 인간은 말로 구성된 뇌의 세계 속에서 사는 것이 맞다. 그 대화를 통해 우리는 범죄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뇌 속에서 구상을 한다.
우리 뇌의 인식 메카니즘을 정확하게 이용하는 드라마다. 또한 말이 매개하는 세상의 이질감과 동질감을 정확하게 알게 한다. 말로 만들어지는 세상은 뇌가 그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 뇌가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 세상 사 모든 일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이 드라마가 가능한 것은 우리 각자가 이미 그런 소재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대화만으로도 범죄의 성질과 특징와 현장을 구성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집단이성과 개인이성의 공존과 상호 협동으로 우리는 이런 말로만으로도 동일한 혹은 유사한 세상을 만들어 내고 범인까지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영화가 현란함과 복잡함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유럽 영화에는 다른 심플하고 소박한 가운데 철학적 소재를 다룬다. 미국 드라마와 유럽 드라마가 똑같이 철학적 문제를 다루더라도 그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드라마나 영화도 좋지만, 오늘 본 [크리미널]이 사용하는 독특한 드라마 구성 스타일이 싫지 않다. 한 마디라도 놏치면 제대로 뇌가 그 범죄를 구성할 수 없다. 매우 집중해서 보아야 하는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살인 현장들이다. 장면으로 눈으로 보아서 구성한 세상이 아니라, 말로 만들어 내는 세상도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아니한가. SF가 뇌가 상상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크리미널은 말로 세상을 상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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