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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

엄마 미안해!! : 면회실과 다른 분위기의 정여사

by 전설s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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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 면회실과 다른 분위기의 정여사]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가 한 그루 정도 있고 침대가 편안한 그 공간.(사진은 pixabay)

 
코로나로 인하여 방문과 면회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처음에는 매일 면회를 조건으로 입원실을 알아보았는데, 코로나 시절에 그것은 안될 말이었고, 그나마 합의를 본 것이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의 각 10분이 선택되었다. 마비도 왔었고 소변줄도 있어서 낯선 환경에 적응을 도우려면 매일 와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조건이 그렇지 아니하니 주 2일로 모든 것을 커버해야 했다. 
 
 
아직 방문과 면회가 자유롭지 않다. 다른 모든 곳은 마스크도 풀고 다 풀렸는데, 취약 지역인 요양병원은 아직 면회 전에 코로나 자가 테스트를 해야 하고 방문 시간도 지켜야 한다. 다만 7월 20일부터 면회 시간의 선택 폭이 늘어났다. 획기적인 것은 면회실의 변화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면회가 불가였고, 다음엔 방역복 입고, 다음엔 면회실에서 간접 면회를 한다고 들었다. 정여사의 입원 쯤에는 자가 테스트 후에 마스크를 사용하고 손소독만 마치면 면회실에서 손도 잡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면회실이 따로 있었다. 1인실이나 2인실을 면회실로 하고, 면회 환자를 자기 방에서 옮겨 와서 면회를 하게 한 것이다.  
 
 
방역완화 조치로 자가테스트는 그대로 진행, 방문 전 예약 변동 없음. 그러나 이제는 면회실이 아니라 환자가 주로 삶을 사는 그 공간으로 면회인이 갈 수 있다. 아니  그대로 계시고 우리가 그 방을 찾아간다. 
 
 
아뿔싸, 아니 오마나.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정여사의 병원 생활 적응을 도우려고 면회를 열심히 왔건만, 자기 병실에서 우리를 맞아들이는 정여사의 얼굴에서 편안함을 본다. 그녀는 면회실에서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보인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얼굴과 말로 표현이 된다. 정여사는 면회를 온 자식을 보는 것은 좋았을지 모르나, 면회실은 싫었던 것이다. 왜? 어떻게 아냐고?
 
 
뭐지? 분석을 해 본다. 
뇌를 세차게 때리는 이 깨달음!!!.
그런 불효를 저지르다니.
엄마 미안해. 
 
 
 단기 기억 장애가 있는 정여사는, 그 단점을 자신의 추리력과 판단력으로 메우며 병원 생활에 적응을 해 왔다.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병원이라는 것을, 자신이 머무는 병실이라는 것을 이제 알아 차린다. 그래서 스스로 안심한다. 집에서 게실 때는.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늘 익숙한 자신의 방이 주는 안정감에 치매 초기라는 것을 잘 보여 주지  않았었다. 늘 사용하던 방이 주는 안심. 공간을 옮기면 인식에  혼란이 온 것을 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내가 알아차렸다.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지? 집이면 답을 즉각 아는데 새로운 공간에서는 모르거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요양병원에서 공간이동의 혼란과 몸의 변화가 주는 혼란을 최소화 하고자 방문을 자주 하고자 했다. 주 2회. 그런데 편안해 보이는,  자기 병실에서의 정여사를 보고 알았다. 정여사는 자식이 면회 온다고 들어도 금방 잊어버린다. 면회를 하기 위해 면회실로 옮긴다는 사실을 과거 어느 시점에 들었지만 잊은 지 오래다. 그러니..... 면회실로 가기 위해서 침대가 이동할 때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이 사람들은 믿을 수가 있는지........... 아득한 혼란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것이다. 자식 얼굴을 보고 서로 행복했지만, 또다시 병실로 이동하면서 엘리베이터나 병원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매번 정여사에게는 새로운 경험. 그것도 어쩌면 두려운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동없이 그녀의 방에서 본 정여사는 편안하다. 내 방이라고 소개도 하신다. 면회를 자주 와서 오히려 그런 불안의 순간을 많이 만들어 내었구나 하는 깨침을 이제야 한다. 면회실이 아니라 자신의 병실에서 만나니 이런 깨침이 가능했다. 왜 내가 그 생각을 미리 못했을까. 전화만 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면 정여사가 매 순간 두렵고 불편한 감정을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을. 
 
 
아무리 단기 기억 장애가 있어도 축적이 되면 뭔가 정여사도 기억하는 것이 있기도 한다. 이런 불편한 감정들은 축적이 안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면회실로 이동을 하지 않으니, 잊혀질 것이라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 본다. 엄마 면회 자주 와서 미안했어요. 매일 안 와서 다행이었어. 이제 엄마방으로 매일 갈 날이 오고 있어요. 마스크 사용 해제등으로 코로나가 다시 만연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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