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서 치료 해야 해]
다육식물이라 말을 듣고 선물을 풀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너를 얼마간 내가....?". 살아 있는 생물체를 선물로 받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동물도 식물도 인간의 지대한 관심을 요구한다. 그런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스스로 생로병사를 급히 거치는 이 생물체들.
동물은 아에 길러 볼 생각을 안 했고, 식물 즉 나무와 화초도 길러 볼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다. 주어지면 길러 본 경험이 전부이다. 그러나 그때는 다른 일로 바빠서 사랑을 못 주었는지 매우 빠르게 시들어갔다. 그래서 나무를 생생하게 키우는 친구방에서 다시 살려 오곤 한 기억도 있다.
정여사는 나무와 꽃을 좋아해서 곧잘 키우셨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방에 화초가 예쁘다면서 화분을 들고 오면 질색을 하고서 거실이나 베란다에 다시 가져 놓았다. 그곳은 정여사의 영역이다. 내 영역에 들어오는 화초들이 금방 죽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서 미리 피하는 행위이다. 나로서는,
그래서 산에서 자라는 야생 나무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공원에서 만나는 나무와 화초로 만족한다. 아니 더 좋다. 집에서 굳이 길러서 속상할 이유가 없다. 나무나 화초에게도 나에게도 우울한 경험으로 기억되는 것을 굳이 왜?
그럼에도 선물로 오는 나무와 화초는 길러 보아야한다. 성의를 다해서. 그 싱싱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알지만 성의를 다해서 키우는 것은 나의 몫. 그러나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갈 길을 급히 해 치운다. 생로병사가 내 곁에서는 그리도 급하고 자유로운지.
4월 말에 집에 온 폴투라카리아. 이름도 어렵다. 안내서에 적힌 대로 10일마다 물을 주었다. 환기도 시켰고. 너무 강력한 햇빛에 노출시키지도 않았지만, 서서히. 2달 만에 녹색잎은 떨어지고 흰색은 녹색으로 성장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압박감이 올 즈음, 회사에서는 분갈이가 시작되었다.
회사에서는 식물들이 화원처럼 잘 자란다. 화분갈이를 해도 쑥쑥 자란다. 결국 집에 있는 화분을 들고 와서 회사에서 길러 보기로 하고 오늘 운반을 해 두었다. 회사에는 나 이외에 식물을 사랑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제법 있으니 회생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산과 공원의 나무와 꽃을 오래 오래 즐길 수 있도록 건강을 챙겨 두어야겠다. 그것이 나에게는 집에서 베란다에서 화초를 키우는 것보다 더 쉬울 지도 모른다. 걷기도 계속하면서,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하자. 회생하면 이제 나의 곁에서 1년은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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