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동물 에티켓: 역지사지가 될까]
아파트 경내에 있는 펫티켓 간판엔 간단하게 3 가지 조항만 적어 놓았다. 아래의 것은 공원에 설치된 간판이다. 공원은 공공의 장소이다 더 많은 개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요구 사항이랄까 에티켓의 내용이 더 풍부하다.
역지사지가 가능할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경계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동물과도 그런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 아니 많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이유 없이 서로 맞지 않아 피하는 경우가 있는 것에 반해 동물과의 관계에서는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도 있다. 어려서 물렸다는 게 가장 많은 경우이겠지만.
물린 적도 없지만, 반려동물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진작에 알았다. 개를 엄청 무서워했다. 저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몸이 얼어붙었다. 정여사는 고양이도 개도 나무도 꽃도 다 좋아하고 잘 키우시는데, 워낙 무서워하니 평생을 양보하셨다. 나무와 꽃은 베란다에서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으셨다.
태생적으로 개를 보면 무서워했다. 멀리서 보아도 몸이 경색이 되었으니 지나가다가 다른 집 개를 쓰다듬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어할 수 없는 개는 더 무섭다. 작아서 내가 우위를 점해도 천방지출 짖어대면 공포가 오는 것이다. 더구나 개의 크기가 사람만 해지면 더더욱 공포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마음을 알까. 우리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알까. 요즘은 반려동물이 대세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매우 친숙해지고 반가움인지 아닌지 조금 분간이 되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길거리에서 만나는 산책 중인 개와 강아지는 절대로 환영할 수 없는 대상이다.
우리에게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개와 고양이는 동영상 안에서만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인간과 충분히 교감하는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반려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러나 동영상 밖으로 나온 개와 고양이는 절대로 사랑스럽지 않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라도 가지게 된 것은 동영상으로 많이 접하게 되어서이다. 덜 무서우려고 보다 보니 사랑스러운 것은 알게 되었다. 그러나 랜선 이모일 수밖에 없겠다.
주인이 목줄을 하고 산책을 해도, 주인이 제어를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개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자기 몸 만한 개를 입마개도 하지 않고 다녀서 항의를 한 적이 있다. 주인이 말했다. [입마개를 하는 건 맹견이에요. 우리 개는 맹견이 아니라서 안 해도 돼요] 나의 항변 [맹견이 아니라도 주인이 힘으로 제어할 수 없으면 해야 하지 않나요] 대화는 당연히 진전이 없다. 서로를 이해 못 하면서 헤어졌다. 아니 서로를 이해하면서 헤어졌을까? 의문이다.
맹견분류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큰 개는 다 입마개를 하는 줄 알았다. 사실은, 작은 개라도 외출 시에는 마개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가지고 있었다만.... 작은 개는 물지 않는가? 사람도 감정 조절이 안되어 분노를 폭력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있는데, 반려동물은 마냥 늘 정서적 안정 속에 움직이는가?
동영상을 많이 보아서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마음을 이해를 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를 할까? 한번 대화를 해 보아야겠다. 늘 이런 말을 들었다. 왜 무서워하세요?
'SERENDIPITY > MEDITATION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재에 살다: Carpe Diem (2) | 2023.06.23 |
---|---|
지금 스트레스 받는 중, 어찌 아는가? (2) | 2023.06.02 |
이동식 독서대 : 3단 바구니 정리대의 변신 (0) | 2023.05.19 |
나의 불가사의 (0) | 2023.04.17 |
구두여, 굿바이!!! : 해 묵은 구두 정리 (0) | 2023.0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