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가사의]
불가사의의 사전적 의미는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상야릇함] 혹은 [불교적으로는,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 혹은 가르침]이라고 한다.
20대에 만났던 한 지인이 그런 말을 했다. 당신은 참 불가사의하다. 무슨 뜻일까 묻지 않았다. 30대에 만난 한 지인은 너는 참 불가사의하지만 나는 알겠다. 무슨 뜻일까 묻지 않았다. 문득 이제야 그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사전적 의미는 그러하고 왜 나를 그렇게 생각했는지 표현했는지.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면, 희한하게도 "아 이 분야는 내가 공부를 안 해서 모르는 분야이구나" 하는 것이 금방 파악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사의 모든 일을 다 만날 경우는 어차피 없다. 그러나 마주치는 분야가 있을 경우에는 극명하게 바로 알겠다는 것이다. 이 분야는 내가 공부를 해 본 적이 없구나. 일면식은 있더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모르는 분야로구나.
불가사의란 말이 생각나는 것은 그다음 분류에서이다. 모르는 것은 공부를 안 해서 모른다고 바로 알겠다. 그런데 살아보니 아는 것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이지? 공부한 분야를 아는 것은 바로 알겠다. 그런데 공부하지도 않은 분야인데 술술 지식이 흘러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심지어 지혜로운 글과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알지. 어떻게 이렇게 많이 깊이 알지? 이런 지혜로운 말은 어디서 오는 것이지?
그 옛날 그분들의 불가사의하다는 의미는 바로 [저 사람은 이런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와 [생각의 깊이가 남다른데 그 이유가 뭘까]에 대하여 그들이 답을 내리지 못한 의문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요즘이다. 철학적 고찰. 인식학의 문제. 이런 것으로 해석을 시작해보아야 할까. 칸트의 인식학에서 말하는 것으로 도입을 해보고 싶은 충동은 있으나 미룬다. 불가사의함을 좀 더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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