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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새겨진 파도의 흔적을 보면서 겁이라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
위는 지질 활동의 결과로 조성된 암석의 모양이다. 아래의 암석에 새겨진 흐름은 물결이다. 지질활동이 아니라 물이 왔다 갔다 하면서 만들어 낸 무늬이다. 물론 위의 암석에도 바닷물은 지나갔을 것이라 암석 사이의 골이 더 선명하고 싶어 졌을지도 모르겠다.
오른쪽의 저 좁은 바위 사이로 파도가 일제히 밀려온다. 어떤 때는 부드럽게 살짝 파도가 깊게 일렁일 때는 치솟아 올라서 이 바위에 부딪히며 더 오래 머무른다. 그렇게 어쩌다 한 번식 다녀 간 파도이지만 세월이 쌓이게 되면 바위에도 이렇게 물결 무늬를 새기게 된다.
[1겁]이라는 시간은 1000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로 큰 바위에 구멍을 내거나, 100년에 한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치맛자락에 바위가 닳아 사라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바위의 크기가 1톤이라는 말도 있으나 그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그런 긴 시간이 겁의 시간 개념이다. 매우 긴 시간일 듯하지만, 문득 내 눈앞에서 바위가 물결을 새기고 있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겁]이라는 시간은 도도하게 길기는 하나 물이 겁의 시간을 쌓으면 바위를 구멍 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결론에 이른다.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 왕릉을 보러 갔다가 겁의 시간을 가늠하면 귀가를 한다. 시간의 단위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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