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 놓친 기회/지금은 과연 늦은가/코로나 19 시대를 맞이했던 자세]
가나자와라는 도시에 겨울에 출장을 간 일이 있다. 첫날은 출장 간 연구소장의 집에서 1박을 했고 나머지 기간은 가나자와 대학의 기숙사에서 지냈다. 주로 연구소에서 3끼를 해결하기에 기숙사의 식당에는 주말에나 갈 일이 있었다. 주말에도 먹을 것을 사들고 가면 굳이 식당을 가지 앉아도 되었지만 호기심 많았던 성격이라 기숙사 식당에 가서 대학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한다. 또한 기숙사내에서도 각자 해 먹을 수 있는 부엌이 있어서 함께 어울렸는데...
감회가 새롭다.
20대 초반의 소위 말하는 서양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미국 사람 유럽 사람 그리고 우리나라 중국 할 것 없이 젊은 사람들의 활기가 있다. 그때 전설은 30세를 넘겨서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이 공간엘 왔었다. 출장이라는 것을 다닌다는 것은 긴 삶의 여정의 한 부분에서 어느 고정된 세계가 만들어졌다는 뜻이 된다.
그들에게 묻는다.
= 이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살아 볼 생각을 하였느냐고?
= 어느 고정된 직업 밥벌이를 가지기 전에 많은 가능성을 만나고 싶었어요. 대학이 줄 수 없는, 엄마 아빠가 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경험들이, 20대 이후에, 대학 졸업 후에 어떻게 무엇으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많은 기준이 될 것 같아요.
= 혹은, 이런 대답. 어딘가에 얽매이기 전에 가능한 많은 곳을 다녀보고 느기고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처음으로 새삼, 이 젊은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인데, 하나 열린 육로는 북한과 대치중이라 거의 섬과 같은 나라이다. 걸어서 가기만 하면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가 없었다. 어부지리가 주어지지 않는 나라이다. 섬나라 사람이라고 전 세계를 누비지 않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대한민국에서 외국으로 공부가 목적이건 취업이 목적이건 여행이 목적이건 원활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을 때였다.
제법 넉넉한 부모도 만나지 못한 덕에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외국을 나가볼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의 사람에게, 20대에 다른 나라에 와서 견문도 쌓고 공부도 하고, 영어도 가르치고... 이런 경험에 열려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러웠다. 대한민국이 아닌 곳. 국경이 육지로 맞닿아 있는 유럽에 태어났더라면, 국력이 최고인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마도 전설은 그 모국에서 살지 않았을 성싶다. 전 세계를 다니다가 환갑을 넘길 때 쯤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았을까.
20대에 그런 자유로운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러면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 낭비해야 하는가. 아니면 너무 늦어서 이번 생은 안 되겠어요. 다음 생으로 넘겨야 하나. 그렇지 않다. 인간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이다. 물론 인명재천에,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 존재의 나약함이 우리의 몫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인생 2 모작 3 모작을 해야 하는 현대인이 바로 우리이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것은 없다. 다만 속도는 차이가 있다. 잊지 않고 실천해 보는 용기를 길러두는 것이다. 체력을 길러두는 것이다.
코로나 19가 지구를 강타한 2020년 봄 이후로, 지구인들은 발이 묶이었다. 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를 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진저리 쳐지는 일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서 인터넷 세상에서 좀 살아보기로 했다. 앉아 있으되 정신은 전 세계를, 이 세상 모든 문제에 마우스를 클릭해 보는 것이다. 맛을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이 열리면, 이제 BODY로 그 느낌을 찾으러 가겠다는 일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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