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할 나라에 도착했는데, 짐은 오지 않았다: 수하물 분실]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가 조언을 해 주었다. 꼭 유학용 짐이 아니더라도 여행 가방을 살 때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뭔고 하니 모두가 다 아는 그 원칙이다. [잃어버리면 매우 불편해지는 물건은 작은 가방에 넣어 몸과 함께 다니게 하고, 큰 가방에는 잃어버려도 참을 수 있을 만한 물건들을 넣어라]. 여행 좀 다녀 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일단 물건을 잃어보면 저 말이 더 실감 난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수하물을 기다리는데 결국 나의 수하물은 보이지 않았다. 크로스백에 여권과 비상금 500만원을 환전한 달러. 작은 가방엔 별건 아니지만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 몇 개 그리고 유학생활에 적응할 동안 사용할 물건 옷 그리고 된장 500그램. 그 큰 가방이 없는 것이다.
알아본 즉, 아직 한국에 있다는 것이다. 주인이 탄 비행기로 같이 와야 하는데 빠졌단다. 나 원 참. 다음 비행기로 내일 이 시간에 도착하게 하겠단다. 그리고 그 짐을 내일 배달해 주겠으니 걱정 말란다. 전부 말 뿐이다. 일단 전화 번호만 받고 그러자 하고 나서는데, 전설이 이용한 항공기에서 일하는 여자분이 데려다 주겠단다. 퇴근시간이라며.
큰 가방이 오면 좋겠지만 안오면 그뿐이다. 싶었고. 또한 무거운 가방을 끌고 초행길에 기숙사를 찾아가려면 번거로운데 잘 되었군 하는 생각. 그런데 데려다주겠다 하니 참으로 당황스러운 것이다. 큰 가방도 없는데 굳이... 그런데 굳이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 자가용에 태운다.
그녀 덕분에 기숙사 바로 앞에서 내려서 고마웠고, 수하물은 그 다음날 그녀가 배달해 주었다. 수하물 분실 사건은 하루 만에 일단락이 되었다. 분실물도 없이. 비록 하루였지만, 만약에 큰 가방에 중요한 물건이라도 넣었으면 적어도 24시간은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겠는가. 전설은 분실했을 경우, 보상받을 생각에 물품을 생각해보니 그다지 건질 것이 없어서 속상했다는... 된장 500그램만 아까웠을 뿐이고.
그래서 확실하게 기억했다. 큰 가방엔 언제든지 분실해도 좋을 물건만 넣은걸로. 그래야 잃어버리면 새 것을 사게 되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그런데 아직까지 한 번도 분실을 하지 못했다. 세월 지나서 제 할 일을 마치고 쓰레기가 되었다. 수하물은 하루 분실한 결과를 낳았지만 공항 여직원의 친절함이 고마웠고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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