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식 커피에 당황: 여행은 다양함에 노출되는 즐거운 행사]
단체 여행이라는 개념이 없다. 혼자 혹은 연인 혹은 가족 단위의 여행이 있을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러 여행 스타일이 도입되어 이제는 보편화되어 있다. 각자 신청을 하고 공항에서 서로 만나서 함께 움직이긴 하되 굳이 서로 아는 척할 필요는 없이 각자 온 것처럼 즐기는 그런 여행 말이다.
프랑드르 지방에서 신청한 여행 프로그램이지만 터키 여행에 참가하여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은 불어사용권 사람들이었다. 프랑스 사람을 비롯하여 벨기에의 불어권 사람까지를 포함하여 팀이 구성되어 있었다. 플랑드르어나 불어나 어차피 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라 여행지의 동선만 이용하기로 하고 신청한 프로그램이었다.
역사 유적지에서는 버스 출발시각만 점검하고 따로 다녔다. 그들은 불어로 하는 가이드와 움직였고, 전설은 공부해 온 만큼 여행지를 즐기는데, 운이 좋아 영어가이드 팀이 보이면 슬쩍 합류해서 귀동냥을 하기도 하면서 여행을 했다.
식사를 할 때면 함께 모였는데, 어느 식당에서 우리 팀에게 스페셜 커피를 한 사람에게 대접한다면서 커피잔과 꽃 한송이를 가져와서 건넨다. 불어도 못하면서 팀에 함께 다니는 씩씩한 전설에게 다들 양보해 주었다. 터키식 커피를 먹어 보라면서,
놀리는 건가 싶어서 급 당황했다가 마음을 가라 앉힌다. 전설은 터키식 커피를 몰랐을 때이니까. 작은 주전자에 커피를 끓여와서 부어주는데 잔에 철철 넘칠 정도로 부어주는 것이다. 뜨겁고 커피가 씹히고. 얼굴 가득한 당황함을 보면서 일행들이 말해주었다. 좀 가라앉혀서 마셔야 해!!!~~~
누구나 그렇지만 믹스커피 마시다가 스윗 블랙커피 마시다가 블랙커피로 이행하는 게 순서이다. 더구나 인스턴트커피에서 필터 커피로의 이행까지만 경험한 전설로서는 터키의 커피 마시는 법을 알 수가 있나? 볶은 커피콩을 집에서 갈아서 필터링해서 마시는 것도 터키식 커피를 마신 이후에 경험한 것이니 터키 커피는 가히 놀랄만했다.
터키식 커피는 손잡이가 달린 작은 양은 포트에 곱게 간 커피와 설탕을 넣고 끓으면 불에서 내리고 다시 올려서 끓으면 내리고 3회 정도한 후에 커피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추출된 커피만을 따라 마시면 된다. 보통 3회 정도 끓고 나서 잔에 부은 다음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가라앉혀서 잔으로 옮기면 온도가 달라지고 맛도 달라지니.
그런데 뜨거운 것이 좋아 급히 마시면 추출되고 남은 커피찌꺼기도 함께 마셔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요즘 1회용 드립 커피나 필터용 커피를 생각해보면 추출된 커피 가루(찌꺼기)는 제거되니 맑은 커피만 마시게 되지만 터키식 커피는 어절수 없이 커피 찌꺼기를 맛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참으로 당황했기에 친구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게 되었었다. 분명 멋지고 훤칠한 터키 웨이터가 꽃까지 함께 가져와서 결혼 신청하듯이 무릎꿇고 대접한 커피가 이상할 리가 없는데, 당황한 전설을 보는 동행인들의 즐거움이란...
여행은 준비해서 즐기는 기쁨도 있고, 느닷없이 주어지는 즐거운 체험도 있고, 돌아와서 더 행복한 기분도 준다. 한 마디로 훌륭한 치료적인 활동이다.
당황하지 않고 즐길 마음의 준비만 있다면야.
'SERENDIPITY > TRAVELS abro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라 천년 고도를 호흡하다: 경주 동남산 둘레길 (2) | 2022.04.10 |
---|---|
집단이성의 조각은 코끼리를 선물한다: 엉터리 언론의 함정으로부터의 자유 (0) | 2022.04.02 |
유학할 나라에 도착했는데, 짐은 오지 않았다: 수하물 분실 (0) | 2022.03.28 |
여행지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드물다: 등장인물이 없는 사진 (0) | 2022.03.21 |
추워 죽는 줄 알았던 자이살메르 사막의 밤: 인도 (0) | 2022.03.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