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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TRAVELS abroad

신라 천년 고도를 호흡하다: 경주 동남산 둘레길

by 전설s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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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간직한 도시는 늘 그러하듯 엄마의 품과 같다. 평안함. 평화. 안정감. 그리움. 아기자기함, 이 세상에 필요한 필수불가결의 요소는 다 품어서 더 이상을 뭔가를 염원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느낌. 경주. 서울. 이스탄불. 로마. 멤피스. 아테네. 예루살렘. 바라나시. 코스코.

왕과 귀족들 그리고 성직자들의 웅장한 흔적들. 궁전 교회 성당 제단. 웅장하고 찬란해서 그 역사를 음미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모든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역사 유적지를 둘러볼 때는 그 역사를 호흡하고, 미술관만 둘러볼 때는 미술작품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음미한다.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일 때도 역사를 만나고 자연에 감동하고 인간을 경외하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다. 

 

아무런 목적없이 "일단 좀 걷자"라는 단순한 목적으로만 떠나도 포근히 맞아주는 도시가 있다. 당신이 원하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곳. 천년 이상의 온갖 경험들을 가진 고도에 가면 그런 감정이 드는데, 더구나 위에 적은 것처럼 웅장함으로 압도하는 유명 여행지 외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살았을 것 같은 생활 속 거리를 걷게 되면 또 다른 평안함이 있다. 

 

경주도 위에서 나열한 도시에 버금가는 웅장함과 아름다움과 소박함과 정겨움이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소박한 길을 걷기에 나선다. 관광객만 가득한 그런 공간이 아니라 경주 시민들이 사는 공간들 사이사이로 유적지가 널려 있다. 관심의 크기에 따라 볼거리의 양과 질도 저절로 달라지는. 

 

역사를 본다는 목적없이도 이런 천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한 나라의 수도였던 곳의 뒤안길을 시나브로 걷는다는 것은 벌써 그 시절의 공기를 호흡하는 느낌이고 그 자체로 이미 족하다.  

 

 

 

1번 사진은 [탑곡 마애불상군]의 경내로 들어서는 돌다리이다. 자그마한 절 뒤로 있는 불상군들을 보러 가는 중인데 절이 적다 보니 저 돌다리가 일주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천왕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야 하지만 서민이 다니는 절간에는 그 정도의 위엄은 없고 다만 돌다리 밑으로 흐르는 계곡 물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상상만 하며 지난다. 

왼쪽사진: 저 돌을 지나서 대웅전에 인사하고 올라서면 답사맨이 포함된 사진의 큰 바위를 만난다. 커다란 돌의 정면에 종과 불상이 새겨져 있다. 돌에 새긴 불. 아니 돌에 음양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암각화 느낌의 불상이 그려져 있다. 새겨져 있다고 해야 할까. 저토록 얇게 새겼는데, 그리고 돌의 성질도 견고한 느낌이 아닌데 천 년 이상의 비바람과 햇살을 견뎌내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거대 바위를 필두로 그 주위에 삼층석탑과 다른 불상들이 조성되어 있다. 바위는한 면만 아니라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모든 면에 암각화를 품고 있다. 이렇게 암벽이나 동굴 등의 바위에 새긴 불상을 전문 용어로 "마애불"이라고 한다고 동행인이 귀띔을 한다. 

 

오른쪽 사진은 [불곡 마애여래좌상]인데 느낌이 왼쪽과 완전히 다르다. 왼쪽이 붓으로 터치해서 그린 그림이라면 오른쪽은 조각이 아닌가. 바위를 파고 들어가면서 조각하였다. 큰 의미에서는 마애불이지만 느낌이 참으로 다르다. 마애불 앞에서 나름 혼자서 조용히 불공을 드리던 분이 우리더러 소원을 빌고 가라고 하신다. 단, 간절함과 절실함을 담아서. 하여 우리 팀들도 각자 염원을 새겼다. 아!!!!!!! 염원은 현실이 될 것인가. 

 

사진 중간 열의 왼쪽과 오른쪽에 보이는 마애불을 새긴 작가여, 1200-1300년전의 존재여, 예술가여, 평민이여! 당신이 마애불 새기던 그 기간 내내 행복하고 평화로왔기를 기원합니다. 극락 불토에서 윤회를 마치고 안존 하시기를. 완성된 후에 남산을 오고 가며 불상에 간절한 염원을 담았던 이들도 평안하기를. 또한 오늘 우리 팀도 그 기류 속에 동참되어 있기를.

 

마지막 사진은 월정교다. 

불국정토인 남산과 궁이 있던 월성을 연결하는 다리. 교각으로 멋지게 지어 두었는데 9시부터 오픈이라 이 쪽으로 건너지 못하고 예의 그 돌 징검다리를 건너서 남산 영역으로 넘어왔다. 달빛이 아름다운 밤에 다시 와서 세월의 정취와 계절의 정취와 연인과의 사랑을 다시 음미해야 하는 장소이다. 교각은 교각이라서 아름답고, 돌 징검다리는 그 옛날 생각에 더 아름다울 게다. 달빛이 내리는 맑은 봄 밤이라면. 

 

불국정토의 원효와 월성 내의 요석궁의 요석공주. 달빛 아래 교감을 나누었을 그 감미로운 곳. 굳이 사랑을 아니해도 그 지위에 누릴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았을 사람들이....이 달 밤에!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외칠 사람이 없었는지 징검다리를 건너고 말았으니. 설총을 낳았고 이두를 낳았고 한글을 잉태하였노라!!!

 

 

 

 

경주 뒤안길을 걷는데 곳곳에 전원주택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모두를 사진에 담기에는 나의 산책하는 즐거움이 사라지기에 두 집만 사진에 담아본다. 일단 집터가 넓었다. 정원으로 잘 꾸민집도 있고, 정원과 텃밭을 섞어 놓은 집도 있었다. 경주라면 부산이나 울산에서도 멀지 않은 곳. 서울 사람들이 와서 살며 출퇴근하기엔 불편하지만 부산 울산 정도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관심이 있겠다. 

 

정원이 집보다 10배까지는 아니라도 온갖 종류의 화초와 나무들이 옹기 종기 혹은 띄엄띄엄 자유롭게 자라고 있는 집. 정원사의 손길이 느껴질 만큼 질서 정연하게 가꾸어진 집. 주인들의 취향에 맞게 가꾸어져 있다. 

 

윗집은 사진에 안보이지만 아래에 성처럼 집 앞에 해자처럼 물길이 있다. 물길부터 집 담벼락까지 돌을 계단식으로 쌓고 중간중간에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배치를 해서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아래의 집은 오른쪽 길이 전부 저 집 뒷마당으로 이어져 있는 매우 넓은 집이다. 왼쪽으로 꽃과 나무가 있으며 더구나 텃밭에 채소도 심어져 있는 집이다. 가정주부가 살림도 잘하는 집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사진으로 보기엔 그저 그런 집이겠지만 오른쪽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집 오른쪽에 빨래가 줄에 늘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너무 정겨워서 찍은 사진인데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빨래가 햇살 아래 펄럭이는 모습을 나는 사랑한다. 뽀송뽀송한 빨랫감의 따스한 느낌. 

 

 

 

아이들이 좋아한다면서 경주 황남빵과 찰보리빵을 산다고 한다. 빵가게를 들렀다. 그들이 사고 있을 때 가게의 홀을 둘러보니 탁자 위에 요놈이 뎅그러니 놓여있다. 우리집에만 오면 금방 말라죽는 화초들이라 언간 생심 탐내지는 않으나 나도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라, 배경 탁자와 구도가 예뻐서 한 컷 했다. 

오늘 걸은 길의 정식 명칭. 경주남산 둘레길 답사2

 

 

[플러스]

달빛이 아주 좋은 보름달이 뜨는 날, 혹은 살짝 비가 와도 좋은 날. 월정교를 다시 가야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형편 되면 보문호까지 한 바퀴 산책 하면 금상첨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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