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꿀 때도 예의가 있을까: 친구를 아끼는 법]
친구들 간에, 친할수록, 가족들 간에 돈거래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거래는 항상 철들기 전에 일어난다. 철 들고나서는 보증 서는 일은 하지 않는다. 돈을 꿔주고 빌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언제 철이 드는가? 돈을 떼이고 나면 그때부터 철이 든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등록금을 지불해야 한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돈을 빌려 주고 돌려 받는 것 자체보다 그 방식이 서툴러서 소원해진 친구가 있다. 서툴러서 어쩌다 보니 그런 관계로 진입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인생의 등록금이라 생각한다. 소원해진 관계는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매우 가까웠던 사람 중에 두 사람이 인상 깊다. 두 경우 모두 집을 늘려가는 시기에 잔금 마련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단기간에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적금이 두 달 후에 나오고 뭐 그런 경우이다. 언제쯤 적금이 나오면 갚을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변제 계획을 매우 구체적인 날짜와 방법 등을 세세히 적어왔다. 그러마 하고 구두 약속을 한 후에 자기가 알아서 적어왔다. OK. 다른 한 사람도 변제 계획을 적어 왔는데 한 술 더 떠서 "차용증서"를 적자고 한다.
왜 적는가 물으니,
첫째, 실제로 빌리는 것이니까 공부하는 셈 치고 서로 적자. (이 안에는 변제 계획이 들어가게 된다) 둘째는, 효력을 발생시키려면 공증등의 법적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공증 없이도 일단 적어놓자 (갚을 것이기에 공증까지는 할 이유가 없긴 했지만, 사람일을 모르는 것이었는데, 우리 모두 순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결론은, 친한 사이에는 구두로 돈을 빌려주고 빌려 받고 한다. 그런데 친하지 않은 경우에는 차용증서를 쓰고 법적 절차를 밟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빌려주지 않으니 말이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친한 친구에게 더 갚아야 하는데, 법적으로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 돈을 먼저 찾아가게 된다. 차용증서 쓰는게 뭐라고 그것을 쓰지 않아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제일 친한 친구에게 불이익을 끼치게 하는가 말이다. 가장 친한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오히려 친할수록 더 [차용증서]를 써야 한다.
라고 우리는 그 때 결론을 내렸다. 가능하면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관계는 되지 말자. 열심히 살아야지. 그리고 혹시 빌리고 빌려주게 되면 꼭 차용증서를 주고받자.
변제 계획을 밝혔던 그들은 정확하게 그 날짜에 변제를 했다. 한 명은 아주 얇은 체인형 실팔찌를, 다른 한 명은 멋진 선글라스를 선물로 주었다. 희한하게도 이렇게 받은 선물은 둘 다 잃어버렸다. 하나는 공중 목욕탕에서 하나는 인도 여행에서. 부러지거나 깨어지거나 체인이 열리거나 그러지 않고 어느 날 신기루같이 잃어버렸다.
[플러스]
철이 들게 된 사건은 따로 있다. 역시 등록금이 클수록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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