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아고라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 누워 있는 이 느낌을 어쩔꺼야: 그리스 & Gotham S2]
경찰이 주인공이니 시원하게 사건 해결을 하는 것을 즐기고 싶었다. 그리고 미래에 시민을 구하는 영웅이 아름답게 자라나는 성장 과정이나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느긋함을 즐기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Gotham (고담)이라는 드라마가 그러하다. 배트맨의 성장과 경찰 고든의 젊은 시절 활약상이나 보려고 했던 가벼운 마음은 시즌1에서는 희망이 있었으나 시즌2부터는 새로운 양상이 되어 버린다. 생각할 주제가 너무나 많아져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가볍지 않은 heavy한 주제들.
어느 해 4월 부활절 기간에 아테네를 갔다. 헝가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서 아테네 공항에 내려서 5박 6일을 돌아다녔다. 아테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지도를 복사를 해서 형광펜으로 동선을 그어 놓았다. 그때는 구글로 돌아다니지 않을 때였다. 다들 여행북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아네테에서만 5박 6일인데 책까지 필요하겠나 싶어서 시내지도만 복사를 해서 주머니에 넣었다.
원래는 아테네에만 구경을 하고 나머지 도시는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만, 막상 가서 보니 코린토스 해협을 봐야 했고 해협을 갈 바엔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들어가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아테네야 당연히 제일 오랜 시간 머물렀지만, 신탁을 받던 올림푸스산을 보려니 또 델피를 가야 했고. 5박 6일은 짧았다.
Gotham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테네를 떠올린 것은 다루는 주제가 철학적으로 Heavy 해서이다. 심도 있게 저 주제를 언젠가는 묘사해야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올해는 좀 가볍게 실험적으로 가는 중이니까.
4월의 아테네는 지중해의 태양과 더불어 숨 막히는 뜨거움이 있었다. 아테네를 가면 구시가지 중심의 아크로 폴리스를 만나야 한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야트막한 산을 올라서 주위를 둘러보고 오는 곳이 아고라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시대에는 바글바글 했을 마켓 스트리트, 중간중간 관공서 공지를 알리는 공간. 상인과 시민들과 노예가 함께 어우러지던 아고라 (시장/광장). 그 느낌을 음미하고도 싶었고 덥기도 해서 아고라 어느 언저리 너무 그늘을 찾아 한참을 누워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그 시절의 철학자들도 생각해보고, 그들이 철학을 논하던 이 공간이라도 함께 누릴 수 있음을 기억도 하고. 시간은 따라잡을 수 없지만, 그 옛날 그 공간에는 나도 존재할 수 있구나.
목말랐던 아고라의 어느 모퉁이, 시원한 음료수를 사서 생각해도 버거울 그런 주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 덥다.
[플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유적지를 찾아 이동하는 버스에 올랐다. 남자 차장이 차비를 받는데, 하하하. 동전고정기는 우리나라에서 택시를 타면 그 당시에 기사들이 10원 50원 100원 500원 동전을 스프링 장치 위에 고정해 놓던 똑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이리도 유사한가 싶어서 혼자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거기도 이제는 승객이 자동으로 버스카드를 찍고 있겠지. 다시 가보고 싶네. 펠로폰네소스의 시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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