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컬/헤어스타일/손 빗]
수업만 들어도 정신없을 시간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그녀의 긴 머리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멋진 컬이 있다니. 파마를 금방 해서 미용사가 에센스를 발라서 탱글탱글하게 해 주면 하루 정도는 그 컬이 멋지게 유지된다.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나도록 그녀의 머리 컬은 변함이 없고 늘 탱글탱글하다. 웨이브뿐만 아니라 머리칼 자체도 건강하다 살짝 갈색빛을 내면서.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미용실을 갔다. 우리동네의 미용실인데 미용사가 할머니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헤어스타일을 모아놓은 사진첩을 주면서 고르라고 한다. 수업시간 그녀의 아름다운 웨이브형이 없다. 이 많은 사진 중에. 에잇.
커트 스타일을 고르고 말았다. 영어를 못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이 할머니 미용사가 영어에 젬병인 것이다. 플랑드르어는 모국어이니 당연히 하겠지만 전설이 플랑드르어를 모르니 둘이서 난감하다. 할머니는 배려를 해서 자꾸 불어로 말을 거신다. 더 난감하다.
컷을 열심히 하시더니 마무리 하자고 하시면서 (말을 못 알아듣고, 감으로) 빗으로 머리를 손질해보라고 한다. 손질을 하면 전체적인 모양을 다시 한번 보고 트리밍을 해주겠다는 뜻.
빗을 주지 않는다. 둘러봐도 없고. 그런데 할머니가 빤히 보면서 빨리 손질을 하란다. 이런 이런 이런.
결국 할머니가 몸으로 가르쳐준다. 소개를 숙이고 충분히 머리를 헝클어라.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좌우로 다시 흔들어라.
그래야 자연스럽게 머리가 정리가 된단다.
내 머리가 한번도 자연스럽지가 않더니 이유가 이런 것이었던가.
그 날이후로 빗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컷의 길이부터 지금처럼 긴 머리를 가지게 되면서도 가능하면 손으로 손질 및 정리를 하려고 한다. 더구나 파마를 하였을 경우엔 더욱더 빗이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할머니 이용사의 손으로 머리를 자연스럽게 손질하는 법에 대한 가르침은 참 유용하였다.
빗 없이도 살아가는 법은 배웠으나 수업 앞 좌석 그녀의 머리 웨이브는 결코 가져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는 날,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당신 나라에서 머리를 했느냐 이 나라에서 했느냐. 이 나라에서 했으면 어느 미용실?
natural curl
이란다. 스페인 친구로 기억을 하는데 자기 나라엔 이런 자연컬이 많단다. 너무 예쁘다고 해 주었다. 그 초롱 초롱한 눈이랑 너무 어울리는 머릿결이며 머리 컬이라고 말해주었다.
세상에 저런 복이. 머리결이 가늘고 숱이 적고 참 머리가 아닌 머릴 결을 가진 사람으로서 참으로 탐나는 헤어였다. 자주 머리를 손질하지 않았지만 간간이 그 할머니에게 신세를 졌다. 손짓 발짓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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