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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한계: 실크로드의 부처님 얼굴

by 전설s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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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한계: 실크로드의 부처님 얼굴]

 

이 고운 비단실이 만든 비단을 무역하던 길. 실크로드. (사진은 pixabay)

 

친구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국사에만 관심이 있나 했더니 나중에 보니 세계사에도 해박함이 묻어난다. 실크로드를 가야 한다니 실크로드에 관한 영상물을 소개한다. 

 

지금은 유튜브 동영상을 주로 찾아보겠지만, 그 전엔 EBS[세계테마여행]에서 제시하는 영상물을 주로 보았다. 그리고 더 이전에는 일본 NHK와 중국 CCTV가 10년에 걸쳐서 제작한 [실크로드]를 감상했었다. TV에서 시리즈로 방영을 할 때는 삶 자체가 바쁠 때이라 전혀 볼 시간이 없었다. 

 

실크로드 탐방의 기회가 왔는데, 더 멋지게 그 시간을 향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는 중에 [실크로드, Silk road]를 받은 것이었다. 50분씩 32부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하루에 2편씩 거의 한 달에 걸쳐서 보고 느끼고 기억하고 감동하고... 그리고나서 떠난 실크로드 탐방이었다. 

 

장안을 출발하여 황하를 건너고 돈황에 이르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인 호탄과 투르판에 이른다. 천산산맥을 넘어 천산 남로나 천산 북로를 선택하여 이동하는 30만 km의 여정이 담긴 영상물. 

 

물론 책 몇권 읽고 가는 것도 좋은 일이었지만, 여행을 알차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동양과 서양을 잇는 그 긴 여정의 곳곳에서 현재도 사람이 살고 1800여 년 전부터 이어진 실크로드의 역사유적지도 훑어가는 값지고 귀한 영상물이었다. 역사이면서 현재이면서 고대로부터 현재까지를 카메라로 담아낸다. 역사뿐만 아니라 그 긴 여정에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기후가 만들어내는 풍광이 있었고 삶의 모양들의 있었다.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면서 문화  역사 종교 철학 문명 과학 등 서로 오고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문자로 기록되는 것은 기록이 된 채로, 아닌 것은 구전으로, 또 아닌 것은 물건으로 주거니 받거니 알게 모르게 상호 영향을 미치는 긴 여정의 중심. 실크로드. 비단이 중심이고 비단을 주고받고자 시작.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결국 우리를 지구인으로 엮어 준 그 길. 

 

영상물 하나 하나는 감동이 아닌 것이 없었다. 테마음악(Kitaro's theme from Silk Road)이 너무 장엄했었고 그리고 또 하나.

 

바로 부처님의 얼굴상이었다. 

 

우리 석굴암의 부처님 (사진은 pixabay에서)

 

부처님 얼굴을 한번 그려보시오

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 것이다. 불상에서 보았건 책이나 사진으로 보았건 이미지가 있다. 지금은 사진 그림 동영상 조각물 등등 자료가 될 만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 2000년 전이나 그 이전에는 자료가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얼굴을 본 사람이나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나 조각상들이 일반 평민에게는 전해졌을 리가 만무하고. 사람들은 구전으로 부처님의 철학이나 가르침 그리고 일생이나 생김새 등이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안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나중에는 부처님의 조각상이 거의 서양사람 얼굴에 가깝게 조각되는 것을 관찰하고 깜짝 놀랐다. 아니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 중요한 인물들의 얼굴이 이렇게 지역에 따라 그 지역 사람의 얼굴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무리 잘 전달을 해주어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지역의 사람이 가지는 얼굴의 특징을 상상해 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아는 범위 안에서 부처도님도 예수님도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들과 가장 닮은 인물상으로 조각이 되는 것이다. 1부부터 쭉 한꺼번에 보니까 그 부처님의 조각상의 얼굴이 변화하는 것이 관찰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나 꼭 한 얼굴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싶었다. 그들이 주고자 하는 가르침과 철학이 중요한 것이지 그들의 생김새가 중요하겠나. 황인이면 어떠하고 백인이면 어떠하고 또한 흑인이면 어떠한가.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고정의식을 송두리째 버리던 경험.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어서 고정관념을 의심하고, 매사에 문제의식을 키우고. 좀 더 넓은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OST의 소중함을 느꼈던 시간들. 

 

지금 이 글을 적는다고 키타로의 테마음악을 유튜브로 듣고 있다. OST가 그 드라마나 영화 혹은 다큐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금의 경우는, 실크로드 탐방과 그 전후로 일어났던 많은 에피소드들까지 일깨우는 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을 흔드는 운율. 사막에 있는 느낌.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 천산산맥에서 녹아내려온 물의 그 차가운 느낌. 동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천불동의 그 열기. 월아천의 맑은 물. 월아천의 사막 정상까지 올라가던 그 후끈한 열기. 투루판의 그 더운 여름날 현지인 차에서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송.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의 정확한 묘사를 듣고도 자신이 속한 지방의 사람 얼굴로 조각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 인간의 잘못이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뇌의 활동성이 거기까지 인 것을. 부처님의 얼굴이 동에서 서로 가면서 변화하는 것에 깜짝 놀랐고, 얼굴이 달라져도 그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각성했던 기억들.

 

실크로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인간의 경험이 오고 갔을까. 실크로드는 즐거운 탐방이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보고 싶다. 일정이 점점 늘어간다. 삼국지 현장도 가봐야겠고, 광둥성에서 한 달 동안 딤섬 맛보기. 

 

 

 

사막의 오아시스는 참으로 신기한 자연의 사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오아시스, 지질학자들의 말로는 조금씩 변동이 있다고 했다. 역사에서 2천년은 너무 짧아서 논할바는 아니지만.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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