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오해]
여행 관련하여 듣는 팟캐스트는 가지 않는 나라 다루지 않는 나라가 없다. 물론 세상 모든 나라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여행이라는 것에 눈을 뜨고서 가볼 만한 나라라고 알려진 것들이 다루는 대상 국가가 된다. 한비야처럼 오지를 탐험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기간 동안 다른 세상을 만나는 정도의 여행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간접 경험을 준다.
어제 들은 국가는 그리스였는데, 사람들의 이해와 오해가 섞인 부분이 있다. 직접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나라. 그래서 철학이 그 근저를 이루는 무겁고 묵직한 나라라는 오해.
그런데 막상 가보니 무겁고 묵직한 나라가 아니라 생기 발랄한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문화나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막대하다. 그리스를 이룬 그리스 문명, 로마제국을 통해 퍼진 유럽문명의 뿌리 그리고 이슬람의 기본 교리에 접합된 철학적 논리까지. 또한 르네상스이후 지금까지도.
또한 철학이 그리스의 상징이기는 하나 그 때는 철학이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고 사유했던 기간이었다. 자연 과학이 분리되고 예술이 분리되고 운동이 분리되었다. 인간이 뇌로 사유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분리되고 남은 것이 [철학]이라는 것에 남아 도사리고 있다. 철학적 사유는 뇌와 몸과 사회적 환경(혹은 국가) 그리고 자연의 통합적 과정의 표현이다. 그래서 예술과 운동과 과학적 활동이 모두 전제되어 있는 가운데 철학적 활동이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무거울 것이라는 그리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생기 발랄하고 말 하기 좋아하며 진취적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學이라고 분류되는 모든 것은 철학이 그 기본이다. 이성을 가진 뇌의 활동이 만들어 내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學이면서 철학이다. 그리고 철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신을 넘어서는 사유를 하는 것.
이탈리아 그리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고 한 면은 육지와 경계를 하고 있다. 바다와 맞서는 자들은 위기를 헤쳐나갈 힘이 있고,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하며, 다혈질이고, 욱하지만 정직하고 소탈하다. 국민 모두가 바다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와 만나는 길이 바닷길이고 바다에서 만나게 되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법은 육지 국경만 가지고 있는 국가와는 차원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바다에 종사하지 않아도 그 정신이 전달되고 전달되어 국민성으로도 자리 잡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탈리아나 그리스를 여행할 때면 뭔가 왁자지껄하면서 알 수 없는 역동적인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이런 지리적 환경이 주는 국민성도 한 몫하지 않았겟나를 스스로 분석해 보고는 흡족한 적이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 나의 조국이다. 그리스는 그리스 문명으로 천년의 영광을 누렸고, 이탈리아도 로마문명으로 천년의 영광을 누렸다. 대충. 천년씩이라고 보자. 그렇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차례가 아닌가. 우리는 코리아 문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금의 K-드라마, K-pop, 한글, K-방역들이 그 일환 혹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Korea Vibes 정도는 될까.
상상의 나래만 펴고 있다.
여하한 그리스는 고리타분한 나라가 아니다. 활력의 나라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이성이 깃든다는 말은 몸과 정신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모든 학문의 영역을 필요로 하다는 의미이고, 철학은 그 모든 것을 지원하는 장치이자 목적이다. 그 나라는 고리타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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