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빡한 논문 교정법]
석사를 마치고 연구소에 취직을 했다.
팀장이 외국 저널에 논문 투고를 했는데 채택이 되었다. 이런 경사가!!! 외국 저널, 그것도 임팩트 팩터 (impact factor:논문 영향력 지수} 높은 저널에 논문을 싣게 되다니 지금도 경사지만 그 엤날엔 더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아니 감동이라고 해두자.
편집본이 날아왔는데 교정을 해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메일에 파일로 부쳐서 논문 투고를 하지만 그 때는 타이프해서 보내던 시절이었다. 이후에는 디스크를 함께 보냈고, 그 이후에는 이메일로 파일을 부쳐서 투고를 하면서 사진만 원본으로 보냈고, 그 이후에는 사진도 파일로 보냈다. (투고 방식도 세월 따라, 과학의 발달에 따라 달라지고 있었구나)
교정이라.
논문이라는 것은 자신이 직접 쓴 글은 흐름도 알고 빠진 것이나 빠져도 될 것등을 적절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이 쓴 글은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영어논문이라니. 파일로 보내는 경우에도 저널 측에서 편집하다가 실수로 본문 내용이 빠질 수 있어서 점검을 해야 하지만, 그 시절엔 더더욱 점검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논문은 죄우 2단으로 빽빽하니 몇 페이지 안되지만 A4 용지로는 제법 된다. 폰트도 다르고. 에잇.
이틀 후 교정본을 들고 팀장에게 갔다.
= 벌써 다 봤나?
= 예. 세 군데에서 한 문장씩 빠졌습니다. 오타는 당연히 고쳤구요.
= (뜨악한 표정) 어떻게 했는데?
= 원본 논문을 읽어서 녹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편집본과 대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타 수정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까? 머리가 좋아서 다 외워서 했더라도 일단 과학적으로 저렇게 점검을 해야 된다고 나는 판단했다. 글로 일일이 대조하면 할 수는 있었을게다. 다만 하루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스트레스가 깊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팀장은 내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서 쳐다보던 그 얼굴 표정이 생생하다. 그 이후엔 항상 존중해 주었다고 기억한다. 세상엔 항상 방법이 있다.
비공개구혼/전설/개인사/교육/논문/교정/녹음/대조/논문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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