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터닝 포인트1: 활을 선택했다면 양궁 메달리스트]
지금 키가 168cm이다. 언제 키가 이렇게 훌쩍 컸는가 하면 초등학교 때이다. 일찍 자라 버렸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사진을 보면 벌써 성숙(?)하다. 지금도 말라깽이가 아닌데 그때도 결코 말라깽이가 아니었으니 성숙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중학교 1학년이 지나가고 겨울 방학이 왔다. 체육 선생님이 불러서 갔더니
-겨울 방학에 뭘 특별한 것 하니?
-??? 아니오.
-그러면 학교와서 운동 좀 할래.
-(순진하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에~~~
겨울 내내 체력을 다지는 기초 훈련을 받았다. 달리기는 기본이고 근력운동을 배웠다. 원반 던지기를 배웠던 것이 제일 기억이 남고 나머지는 체력 다지는 기초 훈련이었다. 학교의 체육 특기 종목이 궁도였다. 궁도는 활을 쏘는 것을 말한다. 겨울 방학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을 받았고 전설은 참으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방학이 끝날 즈음, 선생님이 다시 부르셨다.
- 우리학교가 국궁에 특화된 학교인 것은 이제 알지. 체력도 좋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보지 않을래?
- 선생님, 국궁 선수로 활동을 하면 공부는 할 수 있나요?
- 훈련에 임하고, 시합다니려면 수업은 많이 빼먹지.
- 선생님. 저는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수업 많이 빼먹는다면 저는 운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모님이랑 의논도 없었다. 의논해보라고 며칠 시간을 준다 했지만 즉석에서 "아니오"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마치고 2학년 올라가는 13살짜리가 뭘 생각했길래 단도직입적으로 결론적으로 No라고 자기 의견을 내는 걸까.
얼마나 단호하게 말을 하였는지 선생님은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평범하게 공부만 하는 모범생(?)으로 자랐다. 체육특기생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결정이었는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추첨으로 갔는데, 그 고등학교도 궁도 특화 학교였다. 그것도 내가 갈 수 있는 학군도 아닌데 다른 학군으로 배치되어 버린 것. 3 학군 안에 있는 고등학교로 배정이 되어야 하는데, 4 학군 안의 학교로 가게 된 것.
친구도 하나도 없었다. 다만 궁도를 하던 친구들이 이 학교로 같이 왔는데, 그들을 만날 수가 있나? 훈련이 바쁘니.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왜 나혼자 그 학교를 배치받았나 차말로. 체육선생님이 체육특기자 명단에 나를 넣어두었었나? 2년을???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확인은 못했다.
13살 때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선수가 되었다면 금메달 하나 정도는 땄을지도 모르는데... 체육연금도 받고. 지금은 후배들을 훈련하는 코치나 감독으로 살고 있을지도.
13살의 똘똘이는 그 때부터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였을까? 일기장을 한번 찾아 읽어볼까? 문득 TV 화면 가득한 선수들을 보다가 옛 일이 떠올랐다.
전설/개인사/교육/체육특기생/궁도/국궁/양궁/삶의 전환점/터닝 포인트
[플러스]
혼자 간, 친구 하나도 없던 그 고등학교에 등교를 하는데, 내리는 버스 정류장을 익히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1번은버스 한 구역 먼저 내리고, 1번은 지나치고... 황당했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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