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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 건: 석사 학위 꼭 필요해?

by 전설s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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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 건: 석사 학위 꼭 필요해?]

 

(출처:pixabay)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 나를 평가할 때 혹은 나 자신이 나를 평가할 때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

 

뭘까?

전설에게는 "신뢰"가 아닐까 한다. 사람 사이의 믿음과 의리. 상대에게 믿음과 의리를 가지게 되는 그 경험치는 각자가 판단하고 경중을 논해야 하니 세세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모두가 자기의 기준으로 믿음과 의미의 값을 매기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당신의 그 기준은 무엇이건 간에 그리하여 형성된 [신뢰/신의]가 내게는 중요하다. 

 

때는 석사 2년 차. 

우리 실험실에는 실험의 특정 구간을 책임지고 일해주는 테크니션이 있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실험 조력자라고나 할까. 테크니션은 지도교수가 연구비로 고용을 하는 실험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각자의 실험은 각자가 하지만 테크니션은 교수의 실험이나 실험실 전체를 위한 실험단계에 투입이 되었다. 

 

그러던 어는 날 교수의 호출이 있었다.

 

테크니션을 고용한 사람은 나(지도교수)인데 왜 네가 일을 시키는 것이냐? 

 

하면서 일장 연설을 한다. 연설이 아니고 꾸짖음이다. 월권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심각하게 힐난을 해 왔다. 뭔가 오해가 생겼음에 분명했다. 그 월권의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녀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테크니션의 작업만이 자신의 업무임에도 일찍 출근하여 교수실 청소도 하는 것이었다. 교수실마다 청소법이 달랐다. 그녀의 업무는 아니지만 이왕에 하려면 그 청소법에 맞추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단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고용주인 지도교수에게 월권행위를 고했고, 교수는 나를 호출해서 심하게 나무란 상황이었다. 

 

마치 나의 선의나 의도와 상관없이, 마치 성적 수치심을 준 사람은, 그런 적이 없다 하더라도 받아들인 이가 수치심을 느꼈다하면 성희롱이 성립하는 것처럼, 나는 월권행위를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오해는 풀었다. 실제로 나는 악의가 없었으니. 

 

그녀가 내가 말한 즉시 직접 바로 그 자리에서 말해주지 않는 것이 섭섭했지만, 월권행위라 느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해를 했다. 그런데 지도교수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나는 교수를 호출을 할 수 없으니 당당하게 찾아가서 이치를 따졌다. 

 

테크니션의 심정은 이해를 해보겠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교수님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일단 저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그녀의 입장을 말하고, 그녀의 입장에 대한 나의 변명이나 설명 혹은 해명을 듣고, 그다음에 비난을 할 지, 개선을 하라고 할 지, 오해를 풀어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 테크니션보다 교수님과 더 오래 일(실험)을 해왔고, 나는 당신의 제자다. 그런데 오늘 행위로 보아서 교수님은 나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판단된다. 

 

나는 내게 믿음(신의)이 없는 지도교수에게 석사 학위 지도를 받아야 할지를 고민해보아야겠다. 사과를 하시면 받겠다. 

 

그리고는 그 날은 집에 왔다. 석사 1년 차 후배가 놀래서 중재를 꾀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석사 학위 꼭 필요해?

 

그 이튿날 등교해서 내가 할 일을 하였다. 교수가 사과를 할 지 결정할 동안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실험을 계속했다. 사과를 못하겠다면 그때 실험을 중단해도 되니까. 

 

지도교수는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나는 석사학위도 잘 받았다. 졸업한 후에도 간간이 연구 활동으로 자주 보았고, 졸업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만날 일이 있었다. 나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 달려가서 인사를 했고, 교수님은 한 번도 나를 정중하게 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교수님은 어떤 에피소드로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을 하는 지도 알 수 없지만. 

 

신뢰/신의/믿음과 의리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그것을 무너뜨리는 자와는 동행하지 않는다. 

 

[플러스]

지도교수라 표현했지만 나는 지도교수 계보가 복잡한 사람이다. 다른 학교로 석사 공부 갔는데 나를 받았던 입학 지도 교수가, 제자가 없었던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입양(?)을 했고, 나는 그 실험실에서 실험을 했는데, 입양받았던 교수의 제자가 실험지도를 했다. 에피소드의 교수는 세번째 등장인물이다. 석사 지도교수 3인이 얽혀 있었다. 

 

전설/개인사/석사학위/월권행위/신뢰/신의/지도교수/오해

 

상어와 인간의 믿음. 신뢰. 신의,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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