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 학급회의 vs 카톡 단톡방]
[과거의 에피소드]
=의견 없습니까?
(둘러보고 다시)
= 의견 없습니까?
중학교에 들어가니 이상한 것을 한다. 과목별로 모범 수업이라고 해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같은 과목 선생이나 다른 과목의 선생들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학사들도 와서 심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선생들은 싫어했다. 그중의 하나는 학생들끼리의 [학급회의]가 있었는데 중1학년 우리 반이 당첨되어 [모범 학급회의]를 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지적사항이 있었다. 학생이 손을 들고 있는데, 무시하고서 계속 의견없습니까?를 물었단다. 우리 반장이.
하하하. 물론 교실 뒤편에 선생들이 쫘악 서서 심사를 했으니 우리 반장도 당황을 했을지도 몰랐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당황으로 설명을 해도 되겠다. 그런데 숨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손을 들고 있었던 사람 즉, 전설 때문이다.
학급회의 시간이 되면 회의 건건마다 전설은 의견을 안 내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의견이 많았다. 회의마다 건건마다 손을 드니 반장이 다른 친구 우선으로 말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을 했고, 전설이 손을 들고 있어도 다른 친구들의 의견 제안을 더 요구하는 것이 나름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그날 모범 학급회의에서도 평소처럼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다른 의견을 찾다가 지적을 받은 것이었다.
[현재의 에피소드]
대학 동기 단톡방이 있다, 원래 사람이 몇 십 명이 되면 오프 활동에 참석하는 이가 10%쯤 되고, 온라인 톡에 20% 정도만 대화에 참여해도 훌륭한 대화방이 된다. 우리 동기들은 바쁜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10% 정도는 대화에 참여를 하니 아주 활기차지는 않아도 아쉬우나마 운영이 되고 있는 대화방이다.
그런데 이 대화방에서도 나는 예전의 학급회의에 의견이 많아서 늘 손을 들었던 것처럼 여기서도 대화 참여량이 쓸데없이(?) 많은 것이다. 중학교 때 우리 반장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 하였듯이, 동기방에서도 투명인간 취급받을 날이 임박했다는 감을 잡았다. 늘 글을 올리는 친구의 글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다.
중학교 때는 어려서 몰랐다 치고 지금은 성숙하고 지혜로워졌으니 알아서 대화 내용을 줄이자고 마음을 먹었다. 전설이 줄이면 다른 친구들이 소재를 낼 것이고, 나와 다른 의견들이 소개될 터이다. 1년 여 동안 너무 많은 의견을 내었다는 이 후회. 더 이상 보여줄 신선함이 없는 것이다.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고 있어서 얼마간 아예 사라지는 것으로 해보기로 했다. 물론 나도 남들처럼 읽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우리 동기들도 중학생은 아니니 다들 잘 놀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른 친구들의 문제의식, 취미, 그날 하루의 별 일 등이 기다려진다.
전설/개인사/단톡방/투명인간/학급회의/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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