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텅 빈 데이터 뱅크]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을 부어야 할 만큼 세부적인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사상누각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모래 위에 쌓은 멋진 성이라니.
그래서 이 말은 항상 뜨끔하다. 본인 스스로가 디테일에 약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기 때문이다. 큰 일물이 되거나 큰 일을 이루려면 디테일에도 강해야 적합한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무를 예로 들면 큰 뼈대를 구축하는 데는 열심히지만 줄기로 오면 열의가 식고 잎까지 가면 흥미를 잃는 경우도 많다.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를 할 때는 참으로 난감했다. 큰 흐름은 알겠는데 세부적인 것을 기억해야 시험을 칠것이 아닌가. 친하던 지인은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라고 단언을 했었다. 그 말에 백분 동의를 하지만 나의 경우는 성립하지가 않는다.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세세한 것들은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흘러갔고 , 눈으로 보아도 시상까지만 갔다. 뇌로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고도의 노력을 기울이면 잠시 써먹을 수는 있는데 오래가지 않았다.
만화책을 친구들끼리 돌려보면 순식간에 읽어버린다만 나중에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큰 줄거리는 알겠는데, 디테일이 약하다. 친구들은 주인공의 표정까지 흉내 내며 깔깔거리는데 나는 주인공이 매우 웃었다는 것만 기억을 한다. 그래서 다시 꺼내보기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으나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큰 뼈대만 기억한다. 어떤 분야건 관심이 있으니 뼈대는 그리지만 디테일로 가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다시 결심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완벽한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발을 딛는다.
디테일에 강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디테일의 활용도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디테일은 남들에게 양보한다. 남들에게 늘 물어본다. 사람마다 장점이 다르니까 말이다. 친절하게 자신의 지식을 즉각 즉각 공유해주는 요원이 필요하다. 몇몇 지인들이 나누어준다.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손안의 컴퓨터가 나에게는 구세주이다. 포탈이 그렇고 카톡이 그러하다.
디테일에 약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한 장면이라도 기억하기 위해서 요즘 하고 있는 방법은.
시리즈로 연결된 긴 드라마나 영화나 다큐에서 "인상 깊은 한 장면"만 따오는 것. 긴 줄거리는 각자 흥미 있으면 보고, 나는 "파편화된 사진 같은 한 장면"을 가지고 와서 내 생각과 의견을 넣어서 기록하는 것이다. 요즘은 티스토리에 올리다 보니 이 방법이 매우 유용하다. 이 것을 잘하게 되면 디테일에 약한 것이 커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다. 내가 적어 놓은 글을, 내 블로그의 글을, 다른 사람의 글인 마냥 읽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내가 쓴 글도 잊어 버린다는 나의 슬픔을, 오빠가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다 기억할 것이면 뭐하러 적어. 잊어먹으니까 적지".
사랑한다, 오라버니~!!!!!~~~
전설/문화/디테일/세부적인것/뼈대와 줄기/사상누각/손안의 컴퓨터/모바일폰/줄거리와 사건/텅 빈 데이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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