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에서 폴더폰에서 스마트폰]
글을 적다 보니 세월의 변화라고나 할까 기술의 변화라고나 할까 문명의 변화라고나 할까.
변화가 감지된다. 역사까지 살피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의 일부분만 관찰해도 세상은 확실히 움직이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
연구한답시고 우리나라를 떠날 때쯤엔 교내에는 공중전화가 즐비했다 심지어 20개 정도가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적게는 3-5대 많게는 20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지금은 급히 전화할 때가 있어도 공중 전화기를 찾기도 힘든데 말이다.
그것도 이미 희한한 풍경인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흔하고 당연한 충경이었다), 더 희한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전화를 걸고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표정 변화는 관찰되지만 도무지 말하는 인간이 없었다. 아니 공중전화. 전화라는 것은 소통을 위한 것이고 소통을 위해서는 말을 해야 하지 않는가?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차라리 소리 내어 웃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확률이 높을 정도!!
삐삐 문화였다. 삐삐는 내가 너에게 음성 녹음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것을 듣고자 공중전화 박스는 그렇게 많았고 사람들은 말없이 듣고 있는 것이었다. 위의 묘사는 그 광경이다. 조금 더 있으면 녹음을 위해서 말을 하기는 한다. 답장 녹음.
[삐삐/무선호출기/Beeper/pager]시대는 길지 않은 듯했다.
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시 마을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계속 살던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채지만 오랜만에 귀국을 한 사람은 누치를 채게 되는 게 있다. 더구나 드라마틱한 변화가 잇은 후에도 더더욱 그렇다.
20대씩 즐비하던 공중전화 박스가 사라진 것은 며칠 지나서 실감한 것이었고, 당장 공항에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여자분들 화장품인 콤팩트(분/파운데이션/ 혹은 그 혼합)를 여성분들이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는 것도 아니고 온 공공장소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심지어 남자들도.
그것은 모바일 폰인 폴더폰이었던 것이다.
가족 중의 1명이 폴더폰을 하나 주면서 "요새 이것 들고 다니지 않으면 간첩이다". 내 생애 첫 핸드폰을 주었다. 남들은 2년 사용하는 것을 나는 4년이나 사용하고 바꾼 기억.
물론 삐삐에서 폴더폰으로 갔다가 터치폰으로 갔다가 현재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모양과 성능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어 왔다. 구구절절이 살펴보면 좋겠지만 전체 흐름만 파악하면 된다.
폴더폰에서 스마트폰 사이에는 녹음기, mp3, 카메라 등을 하나씩 흡수하고 삼키면서 진화해갔고 급기야 지금은 [내 손 안의 컴퓨터/스마트 폰]이 되었다. 예전엔 여행을 갈 때면 챙겨야 할 것이 얼마나 많았나. 카세트테이프에서 mp3, 수동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 폰과 노트북.
전문가들은 아직도 챙겨야 할 것들이 여전하겠지만 일반인들은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흡수되어 이제 스마트폰만 챙기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전설/문화/세대교체/삐삐/폴더폰/스마트폰/공중전화/무선호출기/내손안의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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