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녹취는 해봤니? 강의 transcript만들기]
살다가 살다가 수많은 강의를 들어봤지만 강의 교재가 없는 경우는 외국에 공부하러 가서 맞닥뜨렸다. 그나마 영어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다른 언어였으면 압박감이 요샛말로 장난이 아니었을 것인데.
강의가 열리는데 교재가 없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띠용@@@@
듣기도 딸리는데 교재가 없으면 공부는 어찌하라는 건가.
지금은 그 풍경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강의실 풍경을 다시 보러 가고픈 심정이다.
그래서 교수의 탁자에는 교수의 자기 노트가 겨우 놓일 정도로 녹음기가 깔렸다. 녹음기는 10개 내외. 강의 첫날에 교수가 바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수업을 소개하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설명한다. 그러면 빠르면 그날 오후에 그룹이 결성된다. 4-8명씩. 좀 더딘 그룹은 나중에 형성이 되기도 한다.
매 수업을 전부 녹음을 한다. 그리고 나서 개인당 나누어서 녹취를 푼다. 쉽게 말하면 받아쓰기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수업시간에는 각자가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노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공유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그 학생의 재산이라서 함부로 요청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각자 맡은 수업녹취는 학점에 따라 주 1시간 2시간 3시간 길이가 주어졌다. 그러면 그 학기가 끝나기 전, 시험 브레이크 2주간 들어가기 전에 녹취를 마치고 취합해서 각 팀원들에게 복사해서 나누어 가졌다. 그것이 그 학기의 우리의 교재가 되는 것이었다.
부지런하고 늘 업데이트 하는 교수들이라 해마다 같은 교재가 없었다. 그것으로 우리는 공부를 했다.
3시간 녹취를 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들리지 않으면 되풀이를 수없이 해야 한다.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3시간을 풀려면 10배 이상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 일일이 다 컴퓨터에 입력을 하는 작업. 타자 속도가 느린 사람은 더 죽을 맛이었을게다. 한 과목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 한 단어 한 단어 받아 옮겨야 하니 원...
강의 교재가 없더라도 각자 노트만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요 과목은 팀워크로 녹취를 실행하였다. 요즘도 협업은 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각 수업을 녹음은 각자 하더라도 그 모든 시간을 혼자서 녹취할 수는 없기에.
똑똑한 사람들은 녹취가 필요없다. 수업시간에 자신이 노트한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 녹취의 목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수업시간에 놓친 것을 잡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교재가 없기에 교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학업 인생에 필요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녹취록(transcript). 법조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 글쟁이도 아니고 녹취라는 단어 자체를 외국에서 처음 접했다.
그것은 감동이었다.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녹음할 카세트가 주욱 널린 탁자 뒤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것을. 얼마나 대단한가.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녹음이 되고 녹취가 되어 전 세계를 떠돌 텐데. 해마다 업데이트한 brand-new한 강의를 하는 것이 그리 쉬운가. 존경스러웠던 교수들.
비공개구혼/전설/교육/문화/교재없는 강의/녹취(록)/transcript/유학/협업/루벤
[덧붙여]
소형 카세트테이프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미국 친구가 볼펜형을 가지고 등장하자 다들 환호하고 부러워했다. 고가의 장비(?}였기에. 더구나 컴퓨터로 바로 연결된다니. 컴퓨터의 이점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녹취를 할 때는 속도 조절이 되면 더 수월해진다. 녹취가 아니라도 복습의 경우에 속도조절은 편리함을 준다. 물론 보관도 원활하고. 테이프는 세월이 지나면 늘어난다. 찢어지기도 했고.
다행히 나의 소니 카세트는 속도가 3단계로 되어있는 최신형이라 도움을 받았다. 아니면 녹취 내내 돌리고 돌리고 참으로 번거롭고 수고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테이프는 60분/90분/120분을 녹음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3시간짜리가 나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지금은 스마트폰은 이런 모든 것을 날렸다. 이런 것들이 내가 자꾸 미래를 궁금해하는 이유다. 말을 바로 글로 해주는 작업이 벌써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교수들은 아직도 교재 없이 brand-new강의를 하고 있을까. 수업 들으러 가고 싶다. 청강도 가능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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