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 Fail! 그것이 문제로다]
강당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두 학기가 지나고 2주간의 시험준비기간이 주어지고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다.
대학은 등록금이 없다. 누구나 원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의 여러 가지 추천은 기본이다. 대학입시도 없다. 입시 사정관은 있다. 지원서와 고등학교 때의 활동 등을 고려하여 입학 유무를 결정한다. 공부가 더 하고 싶거나 연구할 분야가 있거나,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하면 된다.
그러나 졸업은 결코 쉽지 않다. 결코 쉽지 않다. 졸업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계속 낙제를 하면 졸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국인에게는 4년과정
외국인에게는 2년 과정인 과에서 나는 공부를 했다.
성적은 나중에 과목당 점수가 각자에게 전달이 되지만, 그전에 고시된 날짜에 강당에서 점수 공개 없이 학생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낙제(fail)와 진급(pass)을 알린다.
기다릴 때 강당 가득히 흐르는 술렁임.
호명이 시작되면 그 쫄깃한 긴장감.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기억이다. 석박사를 마치고 그것으로 업을 삼아서 사는 유학생들은 얼마나 가슴 졸이는 순간이겠는가. 나는 순전히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정을 택하였지만 전공으로 하고 논문을 써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진땀 나는 순간인가. not pass이면 1년을 더 하는 것이지만 다음에는 pass라는 보장이 없기에 사뭇 진지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었던 대학에서의 초긴장 진지함.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 외에 낙제 제도가 없지 않은가. 한 때 몇 년간 120%의 학생을 입학시켜 20%를 탈락시키는 [졸업정원제]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되었고 현재는 의과대학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학은 힘들고 상대적으로 졸업은 쉬운 우리나라의 학제.
입학은 다소 쉬우나 상대적으로 졸업은 정말 어려운 학제.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지향하지만 6+3+3+4의 학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너무 어렵다. 끊임없이 수정을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국가100년지대계로 설정하면 모를까.
낙제와 진급을 일일이 호명하여 알려주던, 진지하기 그지없던, 초긴장의 순간이 있었던 시절.
스트레스 쫄깃했지만 그 날들이 그리운 나이가 되었다.
비공개구혼/전설/개인사/교육/문화/진급과 낙제/pass/not pass/루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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