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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졸업식. 그분들 잘 계실까?

by 전설s 2021.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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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졸업식. 그분들 잘들 계실까]

 

졸업시즌을 맞다 보니 졸업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졸업 후에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졸업식 뒷 이야기들. 

 

(출처:pixabay)

 

아픈 기억이다. 

 

에피소드 1.

 

초등학교때는 담임이 불렀다. 

너는 우등상과 공로상을 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예.

공로상을 줄 예정인데 모범상은 어머니께서 학교에 한번 나오셔야 한다. 

 

어머니가 학교에 한번 나오셔야 한다는 뜻은 촌지일 것이라고 나는 그 어린 나이에 판단을 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때는 아버지도 살아계셨을 당시였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집이 넉넉하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정여사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나 보다고 나는 회상을 해 본다. 

 

졸업식날.

공로상의 삼품은 자그마한 시계였고, 우등상의 상품은 영어사전이었는데, 나는 그 사전이 꽤 오랫동안 어른거렸다. 그래서인가 지금도 예전에 보던 사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요새 누가 사전으로 뜻을 찾는가. 컴퓨터 사전으로 옮긴 지가 언제인데. 나름 트라우마였을까. 

 

(출처:pixabay)

 

 

에피소드 2.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재학생의 송사]에 이어서 낭독하게 될 [졸업생 답사]를 연습했다. 숨 쉬는 곳, 강조하는 곳,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법. 3일 전부터 2-3회 했을 것이다. 

 

당일날.

졸업식을 진행하던 선생이 통보를 했다. 송사 읽을 사람이 바뀌었다고. 나중에 보니 부학생장이었던 친구가 하고 있었다. 나는 학생장이었는데 말이다. 졸업식날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을 이유가 없었을 것임에도 맑고 화창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기특한지고. 

 

중학교 때 교장선생님이 느닷없이 학생장을 민주적 절차에 의하여 전교생이 투표로 선출하라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 나이에 정말 선출로 학생장을 뽑았다. 그것이 내가 학생장이 된 이유였다. 정여사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학교에 한 번도 오시지 못했다. 홀로 3남매 키우시느라 자식을 맡긴 학교에 인사를 하러 올 시간이 없었다. 정여사가 한번도 오시지 못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까.  졸업을 하는 바람에 어째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그날 이후에 잊었다. 

 

그 진행 담당 선생이 왜 그랬을까?

왜 나는 따지지 않고 순순히 알았다고 물러났을까. 그날이 마지막 날이어서 양보한 것이었을까.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만. 

 

나에게 슬픔, 아픔을 주는 것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과거에 연연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과거를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미래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때 그랬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실패가 있으면 재빨리 분석하고 잊었다. 그리고 되풀이는 하지 않았다. 되풀이는 미래의 일이므로. 나의 관심 안에 있는 상황이 되므로. 

 

회사 동료의 딸이 졸업식을 하는 바람에, 문득 황당했던 그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의 졸업에 관련한 사항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생략하고 싶네)들은 잘들 계실까?

 

비공개구혼/전설/개인사/졸업식/상장/상품

 

당일날 아침의 통보라니. 교육자가 할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왜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을까. 나는 너무 조숙하고 넘겨짚는 사람이었을까. 그 나이에.(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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