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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TRAVELS abroad

심야에 도착한 아테네의 첫 기억: 그리스

by 전설s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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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도착한 아테네의 첫 기억: 그리스]

아테네 지도를 머리속에 넣어가면 뭐하나. 모든 정보가 지도속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출처:pixabay)



그때는 4월이었다. 모바일이 없던 시절. 인터넷은 있었으나 지금처럼 생활의 일부는 아니었다. 나름 첨단 영역의 사람들만 인터넷 접근이 가능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부활절 브레이크 일주일이 주어져서 그리스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부활절은 있지만 가톨릭 국가에서는 부활절 브레이크가 주어진다. 그 기간엔 부활절에 걸맞은 여러 행사에 참여하여야 하니까 국가적으로 주어지는 공식 휴가이다. 유학생들은 부활절에 얽매이지 않으니 자기 스케줄대로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중간고사 시험 준비를 하거나 자연과학도의 경우에는 실험실에서 자기 연구를 계속한다. 실험 진행이 신속해야 결과도 빨리 나오고 학위도 빨리 받고 귀국도 빨라지는 것이라. 문과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문헌연구와 논문을 써야 하니 다들 그 일주일도 빠뜻하게 보내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도교수가 너무 빡빡하게 하지말자고 온 첫날 말했다. 동양에서 온 유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한다면서 느긋하라고 했다. 적합한 조언이고 말고.

아테네를 5박6일 일정이었다. 새벽에 출발하고, 귀국 후에는 가방만 숙소에 넣고 바로 연구소로 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인류의 문명을 찬란히 일구어 낸 그리스를 간다는 설렘이 있었다. 공항도작이 심야라서 살짝 걱정은 하였으나, 심야버스가 있다고 하고 예약한 숙소가 심야버스 정류장에서 많이 멀지 않아서 괜찮겠거니 하고 나선 길이었다.

공항 버스에서 정확하게 내려서 캐리어를 끌면서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오는 도중에 차량은 많이 없는데 오토바이들이 쌩쌩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털어내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오 마이 갓. 로비 문이 잠겨있다. 대단한 호텔도 아니고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규모가 조금 있는 모텔급 정도였기에 그런가. 로비 문이 잠겨있고 불도 꺼져있다.

헐, 새벽1시가 넘어가는 이런 난감한 일이.

이런 훌륭한 유적지를 간직한 도시에서 느끼는 당황함이라니. (출처:pixabay)


잠시 생각하다가 오다가 봐 둔 큰 호텔 로비에서 기다렸다가 아침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백하여 가고 있는데, 아까 들렸던 오토바이가 오는 소리, 가는 소리 등이 귓가에 세차게 들려온다. 아까 눌렀던 불편한 감정들이 휘몰아쳐 온다.

갑자기 멈추어 서서 헤꼬지를 하면 어떻게 하지?
정여사가 늘 말한 것처럼 여행경비를 몇 개로 나누어 왔었어야 했나? 돈을 달라면 지갑 하나를 주면 나머지 지갑은 살아있을 텐데. 그것도 캐리어를 통째로 가져가면 의미 없는 일이긴 하다만. 카드는 어디에 뒀지?

캐리어만 가져가면 그나마 다행인데....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또 불편함과 서늘함을 억누르면서 아테네 밤길을 걷는다. 한 5분간의 긴장이라니.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람은 우리나라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의 국민들이라 다혈질 기질이 충분하여 욱하는 기질이 발휘될까 봐 조마조마.

큰 호텔의 로비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는데, 30여분 기다리다가 데스크에 가서 사정 설명을 하니, 친절한 그리스인이 알려주는 황금 꿀팁. 요즘은 인터넷으로 다 소통하였을 것을. 나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묵으려 했던 숙소로 다시 간다.

사실인즉.
자그마한 호텔은 12시간 넘으면 로비를 잠근단다. 그래서 12시 이후에 도착하는 투숙객들은 벨을 눌러야 한단다. 그러면 알바생이나 호텔 측 당번이 문을 열어주고 친절히 나의 방으로 안내를 한단다.

세상에 태어나서 호텔에서 벨을 누른다는 상상을 해 본 적도 없고, 그런 영화를 본 적도 없고...

무사히 체크인을 하고 아테네 여행이 시작되었다. 물론 하루만 묵고, 도심 근처 작은 호텔로 옮겼다. 작은 호텔이라 취소도 허락해 주었다.

아테네의 첫 밤은 오토바이로 인해 한없이 섬뜩하고 불편했다. 사람이 없는 거리도 스산했고. 그러나 그이튿날부터의 하루하루는 시간 이동과 공간이동의 즐거움을 원 없이 주었다. 공항에서 만난 어느 가이드가 알려 준 여행사에 가서 코린트행 뱃삯 할인도 받고.

그리스인들은 과잉 친절했다. 도착한 그날 밤의 기억은 그러했으나 그것은 아테네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내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이니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고. 길목 길목에서 길 가르쳐준 그들은 친절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래서 혼자가는 여행은 가능하면 낮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마음먹었다. 지금이야 모바일 환경이 좋아서 저런 모든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을 것이나.

야심한 시각에 굉음을 내면서 뺨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변화. 가슴으로 서늘함과 오싹함이 살짝. 그야말로 전율이었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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