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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遺:끼치다 남기다 버리다: 생산이 없었다 무엇을, 무엇으로, 유遺할까?]
모처럼 한자 공부를 하다가, 망자가 남기는 유산할 때 사용하는 "유"의 뜻을 보았다. 영어도 1 뜻 2 뜻 3 뜻이 있는 것처럼 "유"도 그러했을 것이나, 늘 "남긴다"는 뜻으로만 알고 지냈다.
유형의 재산은 "남길" 수 있으나, 무형의 재산은 남긴다는 표현보다 "끼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세 번째 뜻을 만났다.
"버릴 유" 버린다는 뜻이다. 망자가 살아생전의 소유물인 물질적 정신적 뭔가를 버렸다는 것이다. 그걸 후손들이 줍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사망자가 생기면 "세상을 버렸다"라고 표현했다. 망자들이 버린 세상을 후손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유산은
남겨진 물질인 금전,
끼쳐진 정신적 성과물,
를 모두 포함한
그들이 자발적으로 버린 세상을 우리가 주워서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산을 한 사람들은 자식을 세상에 남긴다. 남길 수 있다. 생산을 해 보지 않은 나는 딱히 남길 게 없다. 원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고, 딱히 내가 남긴 세상을 받을 사람도 없다.
금전보다
자식을 남기는 것이 인류를 위해서 더 뜻있는 일일 것이다. 갈수록 낳지 않으니.
그래서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많은 것을 버리고 가려고 그토록 애쓴다. 그리 애쓸 필요가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왜냐? 인간을 생산하여 자식을 둔 것에서 이미 세상에 봉사한 것이니, 다들 좀 편하게 살았으면 한다.
한자 하나 놓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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