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순간: 그리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왜 이런 영화를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한다. 좀비영화가 그렇다. 폭력 영화가 그렇다. 뇌를 시원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것도 아닌 그런 영화들이 있다. 재미로 보기에도 참 부담스러운 고비용 예산의 영화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오히려.
이런 드라마가 더 사랑스럽다. [열여덟의 순간 ].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잔잔한 드라마다. 물론 우리가, 내가 학교를 다니는 때와는 확실히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등학교 2학년 생의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확연한 차이는
1. "선생의 권위는 땅바닥이다"이라는 사실이다. 학생들도 선생들 대상으로 갑질을 한다
2. "학부모도 교사를 물로 취급한다. 교육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피폐해져 있다.
3. 학교에서도 돈을 가진 자는, 혹은 부모가 부자인 자는 교묘한 폭력을 행사한다.
우리 때는, 그런 건 잘 몰랐었다. 물론 부모의 치맛비람이 있긴 하였으나, 모르고 지났고 모른 척해도 좋을 만큼이었다.
문득,
우리의
나의 열여덟 순간을 생각해 본다.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고등학교 2학년!!!
1학년때는 이과반이냐 문과반이냐를 가르는 선택을 한다고 머리를 싸매었고, 2학년 때는 대학에서 어느 과를 갈 것인가를 고민했던 시간들. 트렌드를 따라 유전공학과를 갈 것인가?
컴퓨터 공학과를 갈 것인가?
드라마에서처럼, 우린 남녀 공학이 아니어서 남학생과 만날 일도 없어서 남자친구 고민도 없었다. 타학교 남학생과의 교류도 하지 않았던 순진한 학생이었다.
다만, 2학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했었다. 친한 친구 넷이서 팀을 짜서... 유전공학과 컴퓨터공학의 트렌드는 고3이 되자 달리 바뀌어갔다.
우리는
각자
의사 교사 약사 치과의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열여덟 그 순간은 이렇게 심플하게 살았다. 아니 나의 열여덟은 그렇게 단순했다.
드라마는 다른 내용도 다루고 있다. 인생의 긴 여정에, 나이 때마다 고민의 질과 종류가 다르다. 종류는 다르고 질은 달라도, 그 순간만큼은, 그 시절만큼은 절실하고 절박하고 선명했던 고민이라는 것.
이런 저예산 드라마가 때로는 블록버스터보다 더 신선한 뇌의 자극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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